- 정부, 2025년 UAM 상용화, 2027년 자율주행차 레벨 4 상용화 목표로 정책 구상중
- 자율주행·UAM 등으로 전환되면서 일자리 30%...문제는 신기술 교육 인력의 부재
"사기당했습니다.(웃음)"
차두원 연구소장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90년도 말, 자율주행이 굉장히 핫했고 당시 정부가 2020년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연구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남이 안 하는 거 하고 미래 기술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금도 STS라고 소사이어티 테크놀러지 사이언스쪽, 기술이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래 전공은 HMI라고 인간공학이고요"
차 소장은 자율주행이 중요한 미래기술임에도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며 다양한 관점으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쪽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한다.
"재미있었어요. 복잡하고 어렵긴 한데, 계속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한지 20년이 됐는데 아직도 자율주행은 안되고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차 소장의 목소리가 가슴을 크게 울렸다. 그는 자율주행이라는 기술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 기술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에서 현대모비스를 거쳐 다양한 정부 부처에 몸을 담갔던 그는 돌연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2년 반 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견문을 더욱 넓혔다. <녹색경제신문>은 더 큰 날개를 달고 다시 한 번 높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차두원 모빌리티 연구소장을 만나 자율주행 및 UAM 등에 대한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에 대해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 현대모비스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
요즘 우리가 얘기하는 사용자 경험 쪽을 연구했습니다. UX죠.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비디오 등에서 나오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대한 가장 최적의 설계 및 UI 디자인, 그리고 설계를 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일을 했어요.
사업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비즈니스화 하는데 있어서 현대모비스는 제품 중심이었고, (예를들어) 티맵은 서비스 중심이었어요. 이게 결국 자동차 회사들의 딜레마가 됐고요.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아니면 구글기반을 가져와야 하는지 말이죠.
GM이나 포드같은 경우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반으로 OS도 개발을 하고 소프트웨어 전략도 펼치겠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유저 확보 차원에 있어서는 상당한 이점이 있어요. 하지만 화면 설계와 같은 부분이 안드로이드에 종속된다는 단점도 안고 있어요.
이런 부분들을 연구하는 HMI(휴먼 머신 인터페이스)쪽에 있었습니다.
▲ 이후 2019년까지 과학기술평가원에 계셨다. 어떤 업무를 하셨나
과학기술평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 정부 출연기관이에요. 여기에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했습니다.
정부의 대형 사업을 심의하기도 하고 과학기술 미래 예측과 같이 과학기술 최상위 정책, 그리고 이와 관련된 R&D 예산을 설계하는데 저는 정책 및 전략쪽에 있었습니다.
▲ 모빌리티 관련 책을 많이 내셨다. 책을 쓰시게 된 계기
처음에는 정부 기관의 연구 보고서를 썼는데, 이걸 세상에 알려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IoT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와 관련된 분야를 쓰게 됐고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부분은 공유경제랑 공유 플랫폼이었어요.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주시했고요. 결국 자동화와 자율주행은 생산 현장과 일상에 스며들었고 여기서 파생되는 직업의 변화를 '이동의 미래'에서 다뤘어요.
사실 책이라기 보다는 연구 보고서 같은 성격인데 OEM이나 자율주행 테크 자이언트들의 전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분석한 책이에요.
▲ 현재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성장 동력이라는 타이틀 아래 주로 반도체나 자동차쪽을 선정해서 과학기술이나 산업 분야를 육성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2025년 UAM(도심항공교통) 상용화, 그리고 2027년 자율주행차 레벨 4 상용화를 목표로 정책과 전략이 짜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자율주행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계기가 뭔가
우버가 처음 서비스를 세상에 내놨을 때 엄청났죠. 우버의 기업가치가 빅3를 넘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완성차 업체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들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GM은 메이븐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비슷한 비즈니스를 펼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나온게 구글의 웨이모인데, 2015년도에 파이어플레이를 50대 설계해서 만들었어요. 특히 광고를 굉장히 잘 했죠. 시니어나 어린이·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를 태우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됐어요.
그 후에 완성차 업체들이 자극을 받았다고 볼 수 있고, 그중 가장 큰건 역시 테슬라입니다.
오토파일럿을 내놓고 FSD(풀 셀프 드라이빙)를 내놓았죠. 그러고 전기차 세계 1위를 하면서 2030년에는 2000만대를 만든다는 목표까지 세운 상태입니다.
전기차 포션(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1위라는 면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자극을 받았고, 쫓아가기 위해 운영체계나 소프트웨어 등을 푸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자율주행이 상용화 되면 자율주행과 관련한 소비자 교육도 필요하지 않나
자율주행과 관련한 매뉴얼이 나와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율주행 차량을 팔 때 운전자들에게 재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분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요.
레벨 4 수준의 차량을 렌트하거나 구입할 때는 반드시 업체에서 명확하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게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우 자율주행 시범 운행이 시작하는데,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동승하잖아요. 그분들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가 올해 국내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 전기차와 관련해서 정부 부처가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다. 통합이 되지 않는 이유를 뭐라고 보시는지
자동차의 단속이나 안전은 경찰청, 부품이나 산업 육성은 산업부, 규제는 국토부, 전기차 충전은 환경부 산하에요.
기술 분야에서 항상 거버넌스(통합 조직)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부처별 특성과 역할이 있는데 기술을 한 군데 모으기 시작하면 관할 거버넌스가 엄청나게 많아질 겁니다. 그리고 이를 통제하는 윗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건 어렵고, 결국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 이게 관건이라고 봅니다.
불만이라든지 주도권 싸움을 줄여야 하는데, 이게 이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보니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의 목표가 2025년에 쏠려있다. 이유가 있는지
전략적으로 겹치는 겁니다.
올해 말까지 레벨3를 양산한다고 많은 업체들이 오픈한 상황이에요. 그렇게 되면 전기차 가격을 다운시키고 성능을 향상시키고 본격적으로 고도화 하는 시점이 2025년인겁니다.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산업이 급격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어느쪽 인력이 부족하다고 보시는지
부족한 인력은 대부분 IT쪽입니다. 특히 코로나가 터지면서 소프트웨어쪽의 인력이 대거 부족해진 상황이에요.
자동차 산업의 경우 하드웨어를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공학도 보다는 전자나 전기쪽 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자동차가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서 기존의 소프트웨어 인력 가운데서도 자동차를 아는 사람들이 필요해진 상황이에요.
이렇게 분야가 특화되다 보니 그런 인력이 부족해지고 자동차 산업은 생각보다 빨라지면서 갭이 생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전기차나 자율주행, UAM 등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이미 해외에서는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품이나 무빙 파트가 줄어들면서 기존 인력의 70%만 필요하거든요.
해외에서는 이미 그 과정을 겪고 있어요. 벤츠나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업무를 새롭게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 큰 이슈는 누가 가르치느냐에요. 배터리가 나오면서 어떤 소재가 중요하고 자율주행 기술력이 점점 고도화 되는데,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거죠. 전문가 자체를 찾기도 힘들고, 그 전문가들은 더이상 대학이 아니라 필드에 있거든요.
▲ 향후 생겨날 직종은 어떤게 있는지
소프트웨어 쪽과 데이터쪽이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UAM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확보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중요해 지는거죠.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지에 대핸 데이터 애널리스트, 스페셜리스트가 떠오르고 있어요.
문제는 줄어드는 인력과 필요한 직종에 갭이 있다는 겁니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시는 분들의 직업은 줄어드는데, 늘어나는 업종은 많이 배워야 하는 업종인게 사실이에요. 전환이 힘들다는 거죠.
정부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도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고 발표하는데, 저소득층 일자리는 줄고 고소득층 일자리는 늘어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더하고 빼면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아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
▲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시대로 급격하게 늘면서 반대로 소외계층이 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임팩트가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배송 횟수 자체가 엄청나게 늘면서 이걸 배우지 않으면 밥도 먹을 수 없는 사회로 변한 겁니다.
그 와중에 디지털 낙오자라고 하는,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디지털 시대의 명과 암이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우버 서비스는 앱으로만 부를 수 있고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이 없고 카드가 없는 사람은 이용할 수가 없는거에요. 차별이죠.
이런 부분들은 공공 센터에서 수정을 요구하거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도록 기업을 유도하는게 중요합니다. 탈 것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그런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