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후 3주째 이어진 소통 경영
- 고 이건희 회장, 사업장 방문 시 구내식당 식사
- 이건희 '여성 중시' 철학, 이재용 '계승 발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대를 이어 '구내식당 스킨십'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어 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으로 공식 총수에 올랐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 이후 주요 계열사를 순회하며 소통에 나선 모습은 이건희 회장의 현장 경영과 닮은 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30일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해 경영진과 중장기 사업 전략 논의는 물론 일과 워킹맘 여성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후 3주째 이어진 소통 경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와 화성사업장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 주요 사업장을 돌며 임직원 간담회 등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직원들과 셀카 찍고 구내식당서 식사...직원들과 소탈한 소통 행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도 직원들과 셀카를 함께 찍고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네시스 G90'을 타고 삼성SDS 잠실캠퍼스에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차에서 내린 뒤 황성우 삼성SDS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임직원들이 환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목례로 화답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내식당을 찾자, 직원들은 “환영합니다” “멋있어요” 등 인사와 함께 셀카를 찍었다. 한 직원이 친필 사인을 요청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화이팅! 李在鎔(이재용)"이라고 사인을 해줬고, 직원은 “가보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건희-이재용, 구내식당 현장 행보-여성 친화 등 닮은 점 많아
이같은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 행보는 구내식당 행보, 여성 친화 등 이건희 회장과 닮은 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구내식당에서 가마솥황태곰탕으로 식사를 한 뒤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삼성SDS 직원 10여명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이건희 회장도 생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내 식당을 찾았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석한 뒤 구내식당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사업장 방문 시 구내식당을 이용하며 직원들과 만났다. 대를 이은 '구내식당 스킨십'인 셈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삼성 구내식당 서비스에 대해 직원들이 만족한다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며 인사를 건넸다. 참석자들은 최근의 관심사와 고민, 코로나 이후 직장 및 가정생활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한 직원이 “엄마가 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즉석에서 “어머니가 삼성SDS라는 회사에서 정말 중요하고 남들에게 도움이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일을 열심히 하셔서 ○○이랑 같이 못놀아 주는거야"라며 "건강하고 착하고 올바르게 자라야 돼. 안녕”이라고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부모님께 글을 남겨달라’는 직원에게는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직원들은 “사내 어린이집, 재택 근무 제도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에서도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챙기는 등 워킹맘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도 혁신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며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모성보호 인력 전면 재택근무 실시 ▲육아휴직 확대 ▲임신 휴직 및 난임 휴가제 실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인사복지제도를 마련해 여성 직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마련, 출산 후 복직 시 연착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회장, 국내 대기업 최초 여성 인력 공채 제도 도입...양성평등 제도 선제적 실시
특히 이건희 회장은 과거의 여성 차별적 관행 타파를 주문했다. 삼성은 199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 인력 공채제도를 도입했다. 1995년 인사개혁을 통해 남녀 공채 통합 인력 선발, 해외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 보장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양성평등 제도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가 이건희 회장의 '여성 중시' 철학을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총수들의 소통 행보는 '오너도 친근하고 재밌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신선하다"며 "국내외 사업장 방문 등 '출장 마일리지'가 쌓일수록 비즈니스 성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