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의 95%가 안정성 높은 선순위 대출
-메리츠 롯데건설에 9000억 대출...12% 수준 이자
-부동산PF 강화에 박차 가할 듯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증권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레고랜드 사태,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악재가 겹치며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메리즈증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332억원과 8281억원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와 5.8% 늘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모든 사업 부문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수익 창출 능력과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준 한 해였다"말했다.
이어, "2023년에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그룹 시너지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적인 부동산 리스크 관리...부동산PF의 95%가 선순위 대출로 구성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IB)·금융수지·Sales&Trading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PF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지만 부동산PF을 기반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2691억원과 2462억원을 달성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69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4분기까지 20분기 연속 1천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 능력 또한 입증했다.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이 88%로 가장 큰 증권사이지만 대출의 95%가 안정성 높은 선순위 대출로 이뤄졌고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행사들이 몰리며 안정성과 수익률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양질의 투자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Sales&Trading 부문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포지션 관리 및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탁월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롯데건설에 9000억 대출...높은이자와 선순위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과 1.5조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롯데건설에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은 이번에 마련한 자금 중 1조3000억원을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유동화증권 매입에 사용했다.
이를 통해 롯데건설은 대규모 자금을 마련, 자금시장 경색으로 비롯된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시키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투자는 국내 대표 IB로 성장한 메리츠금융그룹이 다양한 경제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금융 니즈에 대한 맞춤 솔루션을 시의 적절하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업금융에 특화된 글로벌 IB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풍부한 부동산 금융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롯데건설을 비롯한 시행사 및 건설사들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모색할 것이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제기가 오히려 투자 적기...부동산PF투자 계속 뛴다
올해 메리츠증권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재 수혈을 비롯해 양호한 PF건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사업성이 양호한 건들에 대해 적은 리스크로 고수익을 올릴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신규 부동산 PF 딜에 참여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중소형 증권사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긴 하지만 애초 고위험군인 중·후순위채 비중이 높아 이미 리스크 관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이와 더불어 인재 수혈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출신의 부동산PF담당 인력 수십 여명을 영입하며 'IB사업 3본부'를 새로 꾸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 증권사의 시장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선 메리츠 증권의 판단이 올해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