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브릿지론 부실 발생
작년 한 해 추정손실채권 170%↑
SK증권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반년 만에 또다시 하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일 회사의 기업신용등급, 파생결합사채, 후순위사채 등급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5월, 12월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의 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 조정으로 3대 신평사의 등급전망이 모두 하락한 셈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이번에 등급전망을 조정한 근거는 크게 3가지로 ▲수익성 부진 ▲시장지위 저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건전성 부담이다.
금리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에 지난해 회사의 영업순수익은 전년 대비 19.5%(603억원) 하락한 2480억원을 기록했다. 위탁매매 부문 하락이 가장 컸다. 전년 대비 34%(485억원) 하락한 940억원이다.
비록 판교 오피스빌딩 투자수익 등으로 IB(기업금융) 부문이 약진(+83%)했으나 대손충당금, 탄소배출권 일회성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4%(231억원) 감소한 44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다. 지난해 영업순수익 대비 판관비 비율은 전년 대비 6.4%p 늘어난 92.8%를 기록했다. 위탁매매 수익이 부진한 가운데 지점 기반의 영업 모델을 유지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 회사의 시장점유율(영업순수익 기준)은 1.4%로 IB 부문 약진으로 전년 대비 0.2%p 개선됐으나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최근 3개년 평균 영업순수익 점유율은 1.3%으로 지난 3개 회계연도(2017~2019년) 평균 1.6%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이익창출능력이 부진한 가운데 무리한 배당지급 등으로 자기자본 규모는 정체됐다. 위험인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사업 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6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6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발 건전성 부담이다. 지난해 말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50.2%다. 양적 부담은 크지 않으나 문제는 자산 대부분이 중·후순위(77%), 브릿지론(34%) 등으로 구성되는 등 질적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4분기 대구, 울산사업장 브릿지론 부실 등으로 회사의 자산건전성 저하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작년 말 기준 회수불능이 확실한 추정손실채권 규모는 전년 대비 170% 증가한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영업순수익 대비 판관비 비율이 지속적으로 90%를 넘거나, 수정 NCR(순자본비율)이 250%를 밑도는 등 자본건전성 지표가 제자리에 머물 경우 신용등급을 한 단계 아래('A-/안정적')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 이창원 금융2실 실장은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비우호적인 업황과 비경상손실 발생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어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하고 있다“며 “수익성 회복 여부와 PF 익스포저 건전성 추이, 우발채무 및 투자자산 한도 설정 및 자본관리를 통한 자본적정성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 관계자는 “자산과 부채가 구조적으로 대응 연동돼 있으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우량채권 등 시장성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유동성 대응력에 있어 구조적 우위에 있다”며 “금리레벨을 이용한 수익 확대 및 비용 절감, 부동산PF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향후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