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 증가 일회성 요인
다만 매각은 여전히 불투명
낮은 수익성 등 해결 과제 존재
ABL생명보험이 6조원의 신계약을 거뒀다. 단체보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여전히 새 주인 찾기에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수익성이 낮고, 지난해 적자 전환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의 1분기 신계약금액은 6조6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 22곳 중 ‘빅3’(삼성·교보·한화)를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는 64만3610건으로 삼성생명 뒤를 잇는다. 신계약률은 11.2%로 생보 22곳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단체보험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1분기 단체보험 건수는 61만810건으로 가장 많다. ABL생명 관계자는 “단체 계약이 1년마다 갱신되는데 이번 1분기에 신계약이 오른 이유도 갱신된 단체보험을 다시 계약하느라 일회성으로 증가한 요인이다”라며 “신계약금액도 예를 들어 1억짜리 종신보험 액수를 달마다 10만원씩 납입해야하는데 1억원으로 한 번에 집계하다 보니 크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배경에도 새 주인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 등 난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BL생명은 지난해부터 매물 시장에 나왔다. 중국 다자보험 그룹은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 법률 매각 자문에는 김앤장으로 선임했다. 매각 금액은 3000~4000억원 사이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매물 시장에 나왔으나 좀처럼 매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로는 낮은 수익성, 중국 본사 해체 등이 꼽힌다.
회사의 1분기 수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298억원으로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실적 추이도 불확실한 편이다. 연간 순이익은 2015년 –874억원, 2016년 –1705억원 등 적자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17년 35억원, 2018년 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시 2019년 –1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2020년 881억원 2021년 25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2%대를 기록했다. ABL생명은 알리안츠 시절 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외국계 보험사 중 우수한 성적을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회사의 침체는 중국 본사 해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한 후 안방보험 전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몰락하고 지난 2020년 회사가 해체됐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이 다자보험을 설립해 위탁 경영하고 있으나 리더십 부재로 주인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생명보험사의 파산이 인재이냐 아니면 외부 환경 변화 때문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인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라며 “생명보험산업의 경우 초저금리와 역성장 등으로 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 되고 있어 경영 역량과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BL생명은 한국 생보사인 제일생명이 전신으로 출범했으나 1999년 IMF를 겪으면서 독일에 알리안츠그룹에 매각됐다. 2012년 유럽 경제 위기 여파로 영업손실이 붉어져 2016년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에 넘기게 됐다.
김세연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