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마다 가열식·초음파, 설명 제각기 달라
“아이템위너 탓”…”다른 판매자 찾아 문의해라”
국내 유통되는 가습기 중 96.6%가 해외 생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올해 적합성인증을 받은 가습기는 총 326개로, 그 중 LG전자의 공기청정겸용 가습기(HY703RWAA)를 비롯한 총 11개 제품 외에는 국산이 없었다.
적합성인증은 국립전파연구원이 전자파 유해성이 있을 수 있는 제품을 판매 이전에 테스트하는 것으로, 국내 유통을 위한 필수 절차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쿠쿠전자와 신일전자의 가습기도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Foshan Shunde Jvke Electrical Appliance社와 광둥성의 Airmate Electrical社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브랜드를 믿고 구매한 소비자는 중국산이라는 사실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자 A씨는 “소형 가전은 중국산이 많다고 듣긴 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가습기는 아무래도 함부로 접근할 가전 제품이 아닌데, 어떤 상품을 어떤 기준으로 믿고 구매해야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중국산 제품의 리뷰에는 ‘ㅇㅇ전자(국내 브랜드명) 제품이라 믿고 구매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유통되는 가습기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안전을 염두에 두고 ‘초음파식’과 ‘가열식’을 구분하려는 소비자가 많지만 이러한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거나 ‘번복’되는 경우도 있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쿠쿠의 ‘아이편한 스테인리스 가습기’의 경우 본문에 작동방식이 명쾌히 언급돼 있자 않다. 심지어 한 달 전에는 판매자가 ‘가열식’이라고 문의 답변을 달았지만, 어제는 ‘초음파식’이라고 답변했다.
이같은 혼선은 쿠팡의 ‘아이템위너’ 시스템이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 B씨는 “쿠팡은 ‘아이템위너’라는 시스템을 운용한다. 하나의 모델명에 상세페이지, 리뷰, 문의내역 모두 연동시킨 다음, 최저가를 제시하는 판매자에게 해당 모델의 판매를 맡기고 모든 정보를 몰아준다”라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때문에 문의내역 기록을 보면 판매자 이름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상황은 판매자가 바뀌면서 각기 자기 마음대로의 대답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같은 상품의 문의내역에는 ‘다른 판매자에게 따로 문의해라’는 답변에 소비자가 황당해하는 모습도 보엿다.
B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다가 문의가 생겨도, 더 최저가를 제시할 수 있는 판매자에게 페이지가 이미 넘어가버렸다면 구매한 페이지에 돌아가서 문의를 해도 ‘다른 판매자에게 문의하라’는 답변이 달릴 수밖에 없다. 이미 판매자는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일전자의 가습기는 잘못된 ‘미 정부기관’ 인용 논란이 제기됐다.
신일 초음파 가습기의 상세페이지에는 “신종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가습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상세페이지에 인용된 문구는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진통제를 먹거나, 실내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뜨거운 샤워를 해라”라고 번역된다.
감염 ‘예방’이 아닌 ‘증상 완화’에 관한 내용이 임의로 발췌돼 마케팅 자료로 활용되는 셈이다.
한편, 반드시 중국산 제품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전 전문가 C씨는 “예전처럼 중국산이 싸구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며 “실제로 몇몇 중국 공장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의 상품을 다수의 국내 기업에 OEM으로 제공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