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김동관·정기선,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두고 '고발 전면전' 이유는..."초대형 7조원 프로젝트"
상태바
'절친' 김동관·정기선,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두고 '고발 전면전' 이유는..."초대형 7조원 프로젝트"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3.07 0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화오션, 최근 '군사 기밀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 임원들 고발
- HD현대중공업 "이미 종결된 사안"..."일방적 짜깁기, 억지 주장" 반박
- KDDX, 7조8000억원 규모 6000톤 구축함 6척 건조 초대형 프로젝트
- '김동관, 한화오션 인수 후 방산 육성' vs '정기선, 세계 1위 특수선 사업'

'절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법정 다툼에 나설 정도로 치열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며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을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종결된 사건인데 억지를 부린다'고 맞서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은 7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한화 HD현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라며 "앞으로도 양측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한화오션은 6일 경남 거제시청과 경남도청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KDDX 개념설계 유출과 관련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수사 고발장을 제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을 KDDX 관련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이번 고발은 업체 간의 이해관계 다툼이 아니다"며 "유례없는 보안사고에도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것이며 이는 보안과 공정이 생명인 국내 방산시장의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측은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위사업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하고, 이를 비밀서버에 업로드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다"며 "이는 공개된 형사판결문 기재만으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KDDX 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 임원들이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 후 회사 내부망에 공유하는 등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 대신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방사청은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 또는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기밀을 탈취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내부 비밀 서버를 구축해 운영 및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측은 "한화오션이 최근 자사를 고발하며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임원 개입 여부 등 한화오션이 문제 제기한 사안은 이미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레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화오션이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 HD현대중공업 측은 "2013년 KDDX 개념설계는 해군 주도 하에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술 지원을 한 것은 사실이나, 하지만 이후 KDDX 사업이 연기되면서 이 역시 중단됐다"며 "5년 후인 2018년 당시 해군은 국방기술품질원과 독자적으로 개념연구를 수행하며 KDDX 사업을 새롭게 재개했으며,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업체로 선정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자료는 활용가치가 없었다"며 "더욱이 HD현대중공업은 2018년 4월 발생한 보안사고로 인해 서버가 봉인돼 이전의 자료 열람이 원천적으로 불가했다. KDDX 사업개념이 2013년과 달리 2018년에 다시 정립됐기 때문에 2013년 대우조선해양의 자료는 활용할 가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계 서열 10위권 내 대기업 간 고발전은 이례적...한화-HD현대 갈등, 거제 지역 사회로 번지기도

양측 갈등은 지역 사회로도 번져 거제 지역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해 규탄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 사이라는 점에서 이번 고발전에 대해 재계는 놀라고 있다. 

또 재계 서열 10위권 이내의 대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법정다툼을 포함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기업 간 고발전은 과거 2020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벌였던 '배터리 전쟁' 이후 처음이다.

특수선 분야에서 경쟁 중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DDX 수주전을 계기로 그간 갈등이 폭발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은 그간 사업영역이 달라 큰 경쟁이 없었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특수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한화오션 인수 후 한화와 HD현대는 수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2022년 말 STX중공업 인수전에서도 양사가 경쟁했으나 한화가 철수했다. 지난해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에서는 치열한 경쟁 끝에 한화오션이 수주했다. 당시 HD현대는 방위사업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각각 가처분 신청과 고충민원을 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KDDX

양사의 갈등은 KDDX 수주전에서 물러설 수 없게 됐다. KDDX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t)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육성 중이기 때문에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 세계 1위 조선업체로서의 위상을 굳하기 위한 HD현대 입장에서도 KDDX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한편, 정기선 사장(1982년생)과 김동관 부회장(1983년생)으로 한 살 차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두 사람의 아버지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역시 장충초등학교 동창이며, 친구 관계다. 아버지끼리 친하게 지내자 비슷한 또래인 두 사람도 친하게 된 것. 대를 이어 '절친' 집안 관계인 셈이다.  

둘은 서로의 경조사를 챙길 만큼 각별하다. 정기선 사장은 2016년 김동관 부회장 조모상을 챙겼다. 김동관 부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인 2020년 정기선 사장 결혼식에 직접 참석해 축하했다. 

정기선 사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군대도 ROTC(학생군사교육단, 학군장교)로 복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기선 사장이 ROTC 군복무를 한 것은 ROTC 출신인 정몽준 이사장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김동관 부회장은 ROTC 공군사관후보생으로 군복무를 했고 아버지 김승연 회장도 ROTC 공군 장교 출신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