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당업체, 인도 마하쉬트라 아닌 호주·태국 농장에서 수입
국제사회, 노동 착취 등 인권 유린 현실 주시할 것 요구돼
해외 탐사 보도로 인도 사탕수수 농장에서 자궁적출까지 무릅쓰게 만드는 노동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제당업체 또한 해당 지역으로부터 사탕수수를 수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조사 결과 국내 제당업체들은 인도가 아닌 호주, 태국 등지에서 설탕 원료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인권 유린 현실에 대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2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인도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국내 제당업체는 인도로부터 설탕 원료를 수입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4일 인도 사탕수수 농장의 불법 노동착취가 뉴욕타임스(NYT)와 풀러재단 탐사보도팀에 의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인도 서남부 마하쉬트라 지역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사탕수수 농장 일을 위해 강제 결혼, 임금 착취, 불법 노동을 당하고 심지어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는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 지역의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의 착취를 당하면서도 농장주에게 남편과 부모가 진 빚 때문에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해당 노동 착취 사태를 이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코카콜라나 펩시콜라 등의 다국적 기업이 이미 인지하고서도 묵인해왔다는 것이 탄로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마하쉬트라 지역의 강제노동을 시정하도록 농장주들에게 요구했다는 코카콜라 내부 기록이 있지만, 강제적 규제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기업과 농장주의 사탕수수 거래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반면, 착취를 개선할 시도를 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방치가 인권 유린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수입해 정제 가공하는 국내 제당업체도 인도 마하쉬트라 지역의 농장과 거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내 주요 제당업체들은 인도가 아닌 호주와 태국에서 원당을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등 식품 원·부재료를 생산하는 삼양사 관계자는 28일 <녹색경제신문>에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원당)를 호주, 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사업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해 수입지를 선택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설탕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도 호주, 태국에서 원당을 수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지역의 사탕수수는 값이 저렴한 반면, 상품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업체가 사용을 꺼리는 편이다. 이에 지난해 인도의 이상기후와 수급 불안으로 국제 설탕 가격이 급등하는 '슈가플레이션'이 일어났지만 국내 제당업계가 받은 파장은 국제 사회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탕수수 농업이 횡행하며 착취 문제가 계속해 있어왔던 만큼 인도 지역 외 농장에서도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양사는 수입지역인 호주, 태국 농장에서는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양사 관계자는 28일 <녹색경제신문>에 "수입지인 호주와 태국의 사탕수수 농장에서는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계화돼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농장에서의 노동 착취 행태도 문제지만 열악한 환경을 그대로 방치한 거대 글로벌 기업의 처치가 더욱 끔찍하다는 분석이다.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미필적 고의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 사회와 기업들이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늘 주시할 것이 요구된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