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증권사 리딩방 사칭 피해에 사후 대응
일부 증권사 적극적 고객 인식 제고 위한 노력 취하나 일부는 수수방관
삼성·하나·KB증권 등 최근 대형 증권사를 사칭한 불법 리딩방 사칭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증권사가 사전 예방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사후 대응만을 취하고 있다. 한편, 국회에선 관련 입법이 더디게 진행돼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리딩방 피해 신고 건 수와 피해액은 각각 1783건, 17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1452건, 1266억원 대비 급증한 수치로, 대형 증권사 등을 사칭해 투자 정보 제공을 미끼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날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대환은 “최근 증권사 사칭 주식 및 공모주 리딩방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임직원을 사칭해 주식 정보 및 강의 등으로 환심을 산 후 큰 금액의 투자금을 갈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은행이나 증권사만 바꿔가며 사칭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로선 불법 리딩방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증권사의 적극적인 대처뿐이다. 현행 법상 금융당국은 불법 리딩방에 대해 사후 대응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불법 리딩방 일제·암행점검을 나섰지만 불법업체에 대한 조사 및 수사 권한 부재로 사후 대응 밖에 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온라인상 불법 광고를 차단하고 관계기관 협조 체계를 공고화해 불법 행위를 적발·단속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증권사 사칭 리딩방 사기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예를들어 국내 한 대형 증권사는 지난달 ‘한마음투자 프로젝트’라 불리는 대규모 리딩방 사칭 피해를 입었다. 즉각 대처했다. 자사 홈페이지에 사칭 주의 알림을 올리고 금감원에 신고한 것이다. 그렇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다른 ID로 계속 사칭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 증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네이버밴드 등 자사 직원 사칭 주의 안내’ 글을 게시했다. 당시만해도 사기 일당은 해당 증권사 임원을 사칭해 네이버밴드 주식 투자 리딩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총선 기간 사기 일당은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속칭 ‘한마음투자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을 권해왔다. 그러나 수익률은 거짓이었고 이후 투자금 회수는 여러 이유로 거절됐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기자의 ‘자사 직원 사칭 피해 대응 현황’ 관련 질문에 “자사 홈페이지 및 MT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전 공지사항을 올려 고객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발생시 신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증권사는 홈페이지에 관련 게시판을 따로 개설하고 유사한 피해 내용에 대해 즉시 삼성증권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네이버 등의 검색 포털에는 아직도 사기 일당이 올린 사기 정보가 그대로 공개돼 있다. 지금도 네이버 검색창에 ‘한마음투자프로젝트’를 검색하면 누구나 삼성증권 임원 사칭 사기 정보 게시물 수십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자사 사명과 유사한 ‘하나투자증권’이란 이름으로 ‘주식투자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의 허위 사칭 광고 메시지가 발송됐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기자의 ‘하나증권 사칭 피해 대응 현황’ 관련 질문에 “다른 증권사들이 그러하듯 사후에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리딩방을 발견한 경우, 회사 사명을 도용한 경우, 직원을 사칭한 경우 등을 발견하는 즉시 관할 당국에 신고하고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 사칭 피해를 입었다.
KB증권 관계자는 기자의 ‘KB증권 사칭 피해 대응 현황’ 관련 질문에 “KB증권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불법금융투자사기 관련 소비자 인식 제고 활동을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당사 임직원 사칭 사례 등에 대해 금융당국 신고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KB증권은 철저한 사고예방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해 FDS(이상거래탐지시스템), 악성앱 탐지, 원격제어앱 탐지, 일괄지급정지시스템 등을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딩방 사기 피해는 더딘 입법으로 아직 예방책이 부족한 실정이나, 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은행이 범죄에 이용된 계좌를 즉시 지급 정지하거나 수사기관 요청으로 통신사가 범죄에 쓰인 전화번호를 바로 차단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신종 범죄인 리딩방 사기는 아직 계좌 지급정지나 전화번호 즉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영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