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등급전망 '부정적' 하향 조정
신용등급과 무관한 ABS 자금 조달 이어갈 듯
하반기 실적 개선 희망...중국 석유화학 소비 증가세 관건
[녹색경제신문 = 김진희 기자]
공모채 미매각 사태에 사모채 발행에 이어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큰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선회했던 석유화학업체 여천NCC가 신용등급 전망 하향 평정을 받아 회사채 시장으로의 복귀길이 더욱 좁아졌다. 여천NCC는 조심스레 하반기 실적 개선을 예측하며 ABS 자금조달에 집중할 계획이다. 영업현금흐름 약화는 극복해야할 과제다.
30일 여천NCC에 따르면 전날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평정은 ABS 발행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ABS는 증권사와 구조화를 어떻게 짜느냐에 조달 비용이 달렸다"며 "신용등급 전망은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별개"라고 강조했다.
전날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A' 등급을 유지했다.
전망 하향 사유는 석유화학업계의 비우호적 업황에 따른 영업손실 지속이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유가 상승 탓에 석유화학 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천NCC도 이에 따라 2021년 4분기부터 영업적자를 지속 중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여천NCC의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영업적자 규모는 6355억 원이다. 올해도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업황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제고와 신·증설 물량 유입이 수익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 중국의 경기부양책 '이구환신' 시행에 따라 수요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완만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이 언급됐다. 그러나 절대적 이익창출력은 부진할 것으로 한신평은 내다봤다.
여천NCC 역시 석유화학업계의 압도적인 1위 수입국인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천NCC 관계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 적자를 벗어날만큼의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어 "여천NCC가 중간 원료를 만들어 주주사에 공급하는 구조이다 보니 개별 영업이익은 부진해보일 수 있지만 수직계열화로 계산하면 DL케미칼의 이익은 상당히 많이 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DL케미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으로 침체된 석유화학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여천NCC는 1999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NCC와 BTX 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회사로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여천NCC의 영업현금흐름 약화는 신용평가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부분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여천NCC의 순차입금은 2018년 말 4000억 원에서 2024년 3월 말 2조 1000억 원으로 5배 이상 늘었고, 차입금 의존도는 2018년 말 21.3%에서 2024년 3월 말 59.5%로 증가했다.
현재 여천NCC에 'A' 등급에 '안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는 한국기업평가는 여천NCC의 지난해 연간실적을 반영한 등급평가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지만 "제품포트폴리오에 올레핀 비중이 커 최근 업황 부진 영향을 경쟁사 대비 크게 받고 있다"며 "기본(Base), 최악(Worst)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예측한 결과 여천NCC의 신용등급 유지 여력은 낮다"고 지난 3월 분석한 바 있다.
여천NCC의 1년 내 만기 도래 회사채 물량은 3500억 원, 1년 내 만기도래 유동화증권은 4986억 원이다.
여천NCC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공모채 1500억 원(표면금리 4.981%), 강제옵션이 걸려 있는 사모채 400억 원(표면금리 5.55%) 등 총 1900억 원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지난 2019년 발행한 5년 만기 1000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금리가 1.747%였던 것과 비교하면 침체된 업황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발행한 유동화증권은 2326억 원 규모다.
여천NCC는 공모채 미매각 사태를 의식한 듯 올해에도 ABS 위주의 자금조달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여천NCC는 1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50억 원의 기관투자자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나머지 물량은 공동 주관 증권사단이 인수했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