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이야기] 삼양식품, 이슬람권 K-푸드 '선봉장'
상태바
[모로코 이야기] 삼양식품, 이슬람권 K-푸드 '선봉장'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4.06.05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로코 전역서 불닭볶음면 찾을 수 있어
발빠른 할랄 인증 통해 이슬람권 진출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 이미지.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 이미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모로코의 한 소도시인 엘자디다에 머무르기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음식이다. 한국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소도시에서 한국 음식은 절대 구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가도 김치와 고추장 등 기본적인 한국의 식재료를 구할 수 없어 억지로 현지식에 적응해야만 했다. 가끔 일식당을 통해 스시를 먹으며 한식에 대한 갈증을 달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이래서는 큰일나겠다 싶었다. 몸과 마음이 한국 음식을 너무 그리워하고 있었다. 결국 모로코 수도인 라바트에 방문할 일이 있어 아시아 식재료를 취급하는 편의점을 찾아갔다. 그곳에 있던 유일한 한국 라면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었다. 평소에 너무 매운 음식은 피하려 하는 편이지만 어쩌겠는가. 불닭볶음면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결국 열 봉지 정도를 구입해서 아껴두고 먹었다.

하지만 쟁여뒀던 불닭볶음면이 동나자 불안해졌다. 다시 한국 라면을 찾으려고 4시간 거리인 라바트를 방문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 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엘자디다의 대형마트인 '마르잔'에 불닭볶음면이 입점한 것이다. 우연히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마르잔에서 불닭볶음면을 찾았을 때 외쳤다. "함둘레!" 무슬림들이 신에게 감사할 때 뱉는 말이다.

불닭볶음면은 이슬람권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는 모로코 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국가 어디에서나 불닭볶음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덕분에 불닭볶음면은 한국을 상징하는 라면이 됐다. 물론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라면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곳에선 한식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발빠른 할랄 인증이 불닭볶음면 이슬람권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4년 한국이슬람교할랄위원회(KMF)의 인증을 받았다. 할랄에 까다로운 무슬림들이 안심하고 불닭볶음면을 즐기게 된 셈이다. 

현지 입맛에 맞춰 개량한 신제품도 다양하다. 까만 봉투에 담긴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뿐만 아니라 치즈, 까르보나라 등 맵기를 낮춘 제품들도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무슬림들에게 첫 한식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성과 덕에 삼양식품은 호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 매출 3857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236%나 증가했다. 특히 1분기 매출의 75%를 해외에서 거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불닭볶음면의 성과를 바탕으로 삼양식품이 다른 제품 역시 이슬람권에서 흥행시킬지도 두고 볼 일이다. 이슬람권에선 국물 라면 분야에서 '인도미'가 가장 대중적이지만 향후 삼양라면이 불닭볶음면과 함께 소개된다면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을 겨냥해 차가운 비빔면류를 선보여 한식의 다양함을 소개하는 일도 가능하다.

모로코 엘자디다의 한 소비자 A(24)씨는 "불닭볶음면을 한 번 먹어봤는데 너무 매워서 매일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조금 덜 매우면서도 다양한 맛의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면 자주 구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re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