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3000억원대 횡령사고에 휩쓸린 BNK경남은행이 전 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원들이 성과급을 스스로 반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남은행 노조 측은 소송전도 불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은 성과급 환수 관행이 들불처럼 번질까 노심초사한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모든 경남은행 임원들이 성과급을 자발적으로 반납했다. 지난 1일 이사회에서 2021년부터 작년까지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중 일부 항목인 이익배분제·조직성과급·IB조직성과급 환수를 의결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앞서 지난 3월 이사회는 횡령에 따른 피해액 595억원 중 441억원을 회계에 반영하고자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재무제표를 수정 의결하기도 했다. 이번 성과급 환수 의결은 수정된 재무제표에 근거한 조치인 셈이다. 

이사회 측은 당기순이익 등 성과급 책정의 기준이 되는 수치에 변동이 발생했을 때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사회는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직원들로부터 반환받지 않으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검토 역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드러난 경남은행 횡령사건은 투자금융부장을 지낸 이모씨가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PF 대출 관련 자금 등 총 3089억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이모씨는 검찰로부터 구속 기소돼 현재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성과급 환수 대상은 경남은행 소속 임직원 2200여 명이다. 환수 예정액은 1인당 100~2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측은 금융감독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무제표 감리가 끝나는 대로 직원들의 급여에서 예정액을 공제할 예정이다. 

경남은행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금융산업노동조합 경남은행지부는 이사회가 직원들의 3년치 성과급 환수를 의결한 것에 대해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 참여 의사를 종합한 뒤 입장을 표명하고 소송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취업 규칙과 단체 협약 등에 근거해 직원들의 동의가 없을 시 성과급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단체 협약에 '임금 공제는 노사 합의로만 이뤄진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결산이 이미 완료된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순이익을 조정한 결과에 맞춰 성과급을 반환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실패한 책임을 일반직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작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받아들여 클로백 제도(성과급 환수)에 대해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당국이 은행원의 임금과 성과급까지 관여할 수 없다는 지적에 제도 도입을 철회한 바 있다.

한편 경남은행이 단행한 클로백을 계기로 제도가 확산되지는 않을까 은행권은 긴장하고 있다. 당국이 한 발 물러나긴 했지만 다시 클로백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타 지부 관계자는 "크고 작은 금융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성과급을 환수한 사례는 경남은행밖에 없다"며 "당장 다른 은행들도 이를 검토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러나 당국과 은행들이 클로백 제도 도입을 정식 추진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노조 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