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보유 주식 매각 없이 어떻게 상속세 납부할까...홍라희·이부진·이서현 3조3000억원 주식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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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보유 주식 매각 없이 어떻게 상속세 납부할까...홍라희·이부진·이서현 3조3000억원 주식 처분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7.18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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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라희 등 세 모녀, 상속세 규모만 12조원...5년간 나눠 부담
- 이재용, 배당금과 신용대출 등으로 매년 상속세 5000억원
- 대기업 오너 일가 1년 6개월 동안 5조원 이상 계열사 주식 매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삼성가(家)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최근 1년 6개월 새 3조3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같은 기간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총액 약 5조원의 3분의 2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보유 주식 매각 없이 배당금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동일인(총수)이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주식 처분 규모는 5조67억원으로 집계됐다.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삼성 일가였다.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세 모녀는 총 3조3157억원의 지분을 매각해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홍라희 전 관장은 총 1조4052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도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6159억원을 비롯해 삼성SDS 2465억원, 삼성물산 1448억원, 삼성생명 1428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의 지분을 처분했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전자(5893억원), 삼성SDS(1713억원) 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 총 7606억원을 확보했다.

세 모녀가 대규모 주식 매각에 나선 것은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가는 2020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을 1주도 처분하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경영권 탈취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이나 보유 주식 매각 없이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26년까지 매년 5000억원에 가까운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홍라희 여사와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2021년 9월30일자로 의결권 있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지만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매각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무보수 경영을 해오고 있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배당금과 일부 신용대출로 상속세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원 어치를 처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135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형제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하면서 조현상 부회장이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이어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101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938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776억원),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720억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676억원) 순이었다.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원을 웃도는 데 그쳤다. 이 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 OCI그룹, 동국제강그룹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그룹 오너 일가(정지선·정교선·정몽근)의 주식 취득 규모는 3222억원, 이어 OCI그룹 일가(이화영·이복영·이우현·이지현 등) 1938억원, 동국제강그룹 일가(장세주·장세욱·장선익 등) 818억원 등이다.

이들 세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에 따른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증여도 이어졌다. 지난 1년 반 동안 상속·증여된 지분 규모는 총 1조21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소유하던 효성과 효성중공업 등의 계열사 5곳 주식(7880억원)이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6135억원)과 3남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1745억원)에게 각각 상속됐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이 뒤를 이었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원의 한솔케미칼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차녀 서호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631억원어치를 증여했다. 

또 정지선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 524억원어치를 부인과 자녀, 조카들에게 나눠 증여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겸 GS건설 회장은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311억원어치의 GS건설 지분을 증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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