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설비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 소요돼"
"일부 유럽 철강사는 정부 지원금 통해 선제적으로 탄소중립 전환"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체계 고도화하고 그린워싱 점검 확대할 것"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철강 산업은 전체 산업 중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 분야다. 따라서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주요 철강기업 중 하나인 현대제철의 탈탄소 전략은 무엇일까.
현대제철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그 전략은 회사 고유기술에 기반한 저탄소 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Hy-Cube)'에 기반한다. 전기로를 주요하게 활용한 생산 공정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김형창 현대제철 지속가능경영팀장은 "하이큐브(Hy-Cube)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신(新)전기로 대형화와 수소환원기술 적용 확대 등 친환경 제철소로의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공정별 탄소배출 저감에서 나아가 밸류체인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저탄소 제품을 신(新) 전기로를 활용해 생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 단계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에서 탄소 배출량을 저감함과 동시에 전기로 생산 방식의 한계로 지적되는 품질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탄소 생산 체제로의 전환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기술 개발과 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지만, 우리 정부의 지원금은 유럽의 탄소중립 선도 국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 역시 매우 더딘 편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당장 EU와 미국이 의무 시행을 준비 중인 ESG 공시와 CBAM 등 탄소 무역장벽에도 대비해야 한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현대제철의 ESG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형창 현대제철 지속가능경영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형창 현대제철 지속가능경영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대제철의 ESG 경영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현대제철 지속가능경영팀 김형창 팀장입니다. 지속가능경영팀은 현대제철의 ESG경영을 기획하고, 현업 각 부분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철강사의 ESG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생산과정에서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철강산업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인 만큼, 철강사들의 저탄소 전환이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과제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현대제철의 탄소중립 로드맵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대제철은 2023년 4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기여하고자 2050 중장기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제품의 저탄소화와 공정과정에서 탄소저감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생산체제 혁신과 청정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회사 고유기술에 기반한 저탄소 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Hy-Cube)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신(新)전기로 대형화와 수소환원기술 적용 확대 등 친환경 제철소로의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구축 및 공정 탄소저감 활동을 통해 전 사업장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2% 감축할 예정이며, 2050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잔여 배출량은 배출권 거래,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블루카본(Blue Carbon), 조림(造林) 등을 통해 흡수·상쇄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회사는 탄소중립을 위한 첫 단추로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단계적으로 자동차용 저탄소 고급제품을 생산하고자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기존 전기로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전기로에서 철스크랩과 직접환원철을 사전 용해(Premelting)하여 고로 전로 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입니다. 2단계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 전기로를 신설 투자하여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약 40% 저감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주요 고객들의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반 신(新) 전기로 프로세스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제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Q.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는데 있어 현대제철이 현재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현대제철은 하이큐브 고도화를 추진하며 공정별 탄소배출 저감에서 나아가 밸류체인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저탄소 제품을 신(新) 전기로를 활용해 생산하고자 합니다.
공정에서만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원료부터 제품,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고객사까지도 탄소를 저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급 철스크랩, 직접환원철 등 저탄소 원료를 확보하고 신전기로를 통해 만든 쇳물을 고객이 원하는 제품으로 만들어 고객의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밸류체인 전체를 고려하는 하이큐브 고도화를 통해 원료, 공정, 제품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고 시장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등의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기업 입장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철강산업에서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설비 전환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아울러 설비 전환을 위해서는 사전에 설비/기술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부터 시작해서 실제 건설 기간까지 수십개월의 시간이 소요 됩니다.
이에 따라 장기 과제인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사 입장에서는 시장과 정책 등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해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설비 전환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유럽 철강사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아 선제적으로 설비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이러한 철강사가 탄소중립 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시장 관점에서 저탄소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고,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격 체계가 마련된다면 설비 전환을 통해 저탄소 제품 시장에 진입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겠으나, 현재 저탄소 제품을 적용해야 한다는 사용자 관점의 규제가 미미한 상황이며 고객의 저탄소 제품 적용 니즈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수소 활용, CCUS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 타 국가에 비해 지리적 제약이 있는 상황 또한 국내 철강사가 타국 철강사에 비해 탄소중립 추진에 있어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런 부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공정 및 제품 생산에 있어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EU와 미국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고, 우리 정부는 2026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스코프3 공시 도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미리 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제철은 ESG 공시 의무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현대제철은 2007년부터 GRI standards의 작성 원칙에 따라 지속가능경영 관련해 자율적으로 공시해오고 있으며, 국내외 ESG 공시 의무화 규정 및 기준을 면밀히 검토해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기 및 스콥3 의무화 여부는 미정이지만, 국내외 공시 규정이 공통적으로 '연결 공시(즉 재무제표와 동일한 보고기업 포함 공시)', '기후변화 대응 공시(재무 영향 등)'를 요구하고 있기에 현대제철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연결공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2023년부터 연결대상 종속회사의 ESG경영 기반을 구축하고 ESG 정량 데이터 현황 점검 및 정합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4년 통합보고서에 국내 자회사 및 EU 법인의 정량적 성과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으며, 앞으로 전 종속회사로 연결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ESG 공시 항목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공시의무 항목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크게 2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전환·물리 리스크 및 기회의 재무 영향 분석입니다. 나라별 배출권 가격 변동, 각종 에너지원의 가격 변동, 기온 상승과 날씨 변동 추세 등에 의해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별 리스크 및 기회를 식별하고 이의 재무적 영향까지 단기간 내에 산출하기는 녹록치 않습니다. 이에 현대제철은 기후변화 대응 부서, 재무 부서 등 다양한 연관 부서의 협업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며, 의무화 시기 전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재무영향 분석을 고도화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체계를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국내 사업장 뿐 아니라, 해외법인 등 연결종속회사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을 준수할 수 있는 목표를 구체화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 외 회사 EU권역 내 있는 2개 해외법인이 EU CSRD 적용 대상이기에 하반기부터는 EU 법인들과 본사가 협력해 공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현대제철의 ESG 실무자로서 절반쯤 남은 올해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국내외 공시 기준이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에는 앞서 언급한 공시 의무화 대응 과제를 구체화해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하반기부터는 연결 종속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체계를 고도화나갈 계획이며, EU 현지 법인과 협력하여 EU CSRD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그린워싱에 대한 점검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부터 전 임직원들이 그린워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회사 표시광고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해외 사업장까지 확대해 그린워싱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할 계획입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