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홍콩 ELS 제외 상품들 판매 중
최근 나스닥 비롯 세계 지수 폭락 거듭
"아직 판매 검토 중이지 않아"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언제 판매를 재개할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홍콩 ELS 손실 건으로 대내외적인 압박을 받고 있어 아직 판매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홍콩 ELS 상처가 아물고 세계 주가 지수가 하락세에 접어들 때 다시 ELS 상품을 팔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만이 E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홍콩 ELS 판매를 중단한 우리은행은 현재 니케이225, 미국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 200 등 지수를 기초로 한 ELS 상품을 여전히 시중에 내놓고 있다.
올해 초 시중은행들은 ELS 상품 판매를 전면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1월 29일 하나은행은 비예금상품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ELS 상품을 판매대에서 내렸다. 이어 30일과 2월 5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또한 판매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홍콩 ELS 손실로 은행권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은행들 중 가장 많이 홍콩 ELS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충당부채로만 8620억원을 쌓았다. 이어 NH농협은행(3416억원), 신한은행(2740억원), 하나은행(1799억원), 우리은행(75억원) 순이다.
홍콩 ELS 손실이 조단위를 기록했던 건 2021년 초 홍콩H지수가 고점이었던 12000을 기록했던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ELS 상품을 가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 말 홍콩H지수가 4900선까지 추락해 대다수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입었다. 많은 홍콩 ELS 상품들의 배리어(원금 손실 발생기준)가 65% 수준이었기에 홍콩H지수가 7000 이하로 내려가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대거 발생한 것이다.
한편, ELS 상품을 재개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시각이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을 비롯한 세계 지수가 폭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7월 11일 장중 신고가인 18671.07을 기록한 뒤 이달 5일 종가 기준 16200.08을 기록하며 무려 2600 가까이 하락했다. 니케이 지수 또한 7월 11일 42426.77에서 이달 5일 31458.42로 11000 가까이 주저 앉았다.
투자자로선 지수가 저점일 때 ELS를 가입해야 손실을 입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은행들로선 지수가 하락세인 지금이 ELS 판매 적기인 셈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아직 판매 재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홍콩 ELS 배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판매 재개가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또, 당국 또한 홍콩 ELS와 관련해 과징금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선 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지금처럼 지수가 내려왔을 때 ELS를 파는 게 맞다"며 "비이자이익을 위해서라도 상품을 내놓고 싶지만 도의적인 문제 때문에 아직 판매에 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수가 좀 더 하락을 거듭할 때 은행권이 판매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지수 상방이 열려있어 고점에서 또 ELS 상품을 팔았다가 제2의 홍콩 ELS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차례 폭락이 나오긴 했으나 간밤에 나스닥의 경우 큰 반등을 주기도 했다"며 "지금 ELS 판매를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제2의 홍콩 ELS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은행권에선 배리어를 낮추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