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파생상품 기능 유치 추진
하나은행, 가상자산 투트랙 전략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하나은행이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과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지만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하나은행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를 설립하는 데 참여했다. 이에 BDX의 향방에 따라 하나은행 가상자산 사업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게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BDX의 운영사 BDX컨소시엄에 동참했다. BDX는 특히 RWA(실물연계자산, Real World Asset)거래에 특성화할 계획이다. RWA는 전통적인 유·무형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토큰화한 것이다. BDX는 오는 10월 거래소 개장을 목표로 세부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하나은행은 타 은행과 비교해 가상자산거래소와 협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았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며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나은행도 향후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이 BDX의 설립에 참여한 이유로는 부산시가 블록체인 국제자유특구로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블록체인 시티, 디지털 금융의 글로벌 허브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부산에서 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목표로 BDX와 관계를 맺은 것이다.
하나은행이 BDX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나은행 측은 재무적투자자로서 '주거래은행' 역할을 할 뿐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업계는 하나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의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다. 하나은행이 BDX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게 된다면 순식간에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2030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일각에선 BDX가 성공하기 위해선 디지털 자산의 파생상품 상장이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디지털 자산의 파생상품 시장은 현물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비트코인의 경우 현물 거래량보다 파생상품 거래량이 10~18배가량 높다.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시장 전체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24시간 거래량이 약 37조6900억원에 이른다.
BDX가 파생상품 거래를 이뤄낸다면 순식간에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최대 규모로 거듭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BDX가 100% 민간자본으로 설립됐지만 부산시가 감독책임자이자 행정지원자로서 핵심적인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역시 파생금융 기능 유치를 주요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 당국이 BDX에 파생상품을 허용한다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투자자의 수요를 부산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기업 비트고와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 진출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가상자산 시장 진출과 관련해 수탁과 거래소를 중심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해당 사업들이 활성화된다면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신사업인 가상자산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함 회장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STO(토큰증권시장) 등 대체 거래소 분야에서도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사업군을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합병(M&A)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