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를 이끌었던 손태승 전 회장과 얽힌 부적정 대출 건이 금융감독원 현장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우리금융 측은 자체검사를 바탕으로 사전에 관련자를 제재 조치하고 경찰에 고소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대출 중 일부는 올해 새롭게 실행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책무구조도가 이미 존재했다면 손 전 회장은 물론 임종룡 현 회장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임직원들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23건, 454억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여기에 해당 친인척이 원리금을 대납한 162억(19건)의 대출을 포함할 시 총 616억에 달한다.

문제는 42건 중 28건에 해당하는 350억원 가량의 대출이 대출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됐다는 점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이 대출 건들은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웠거나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를 잡아 실행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류 진위여부 확인 또한 누락된 건도 존재했다. 

해당 검사는 5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현장에서 조사하기 위해 6월 12일 실시됐다. 그러던 중 손 전 회장과 관련된 부적정 대출이 수면 위로 공개된 것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미 사전에 부적정 대출을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1차 자체검사를 통해 손 전 회장 관련 대출이 부실화된 점을 인지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기준 19건(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5월에 실시된 2차 자체검사에서는 사문서 위조, 사기 등 범죄 행위가 발각됐다. 이에 지체없이 해당 직원들을 면직조치하고 이달 9일 경찰에 형사고소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해당 범죄를 알고 있음에도 은폐하고 있다가 금감원 조사가 진행된 뒤에야 공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2차 자체검사는 6월에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금감원 현장검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아직 자체검사가 끝나지 않아 사전에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노력에도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현 그룹 내 경영진이 부적정 대출 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한들, 대출 중 일부는 올해 실행됐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책무구조도가 도입됐다면 대출을 실행한 직원뿐만 아니라 손 전 회장, 그리고 조 행장과 임 회장 또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기에 도의적인 책임 말고는 질 수 있는 게 없다. 

책무구조도란 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담당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문서를 뜻한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거해 내년 1월 3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의 취지는 임원에게 1인 1역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만약 대출 관련 금융범죄가 발생했을 시 책무구조도 상 CEO에게 내부통제 책임이 부여됐다면 CEO 또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자체검사로 범죄 사실을 밝혀낸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책무구조도가 일찍 도입됐다면 손 전 회장뿐만 아니라 임 회장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무구조도가 모든 금융범죄를 예방할 순 없다"며 "근본적으로 조직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