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가견 면에서 이견 보이고 있어
손태승 전 회장 건과 관련해 우리금융 기관제재 받을 가능성
기관제재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힘들어져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에 안으려는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암초를 만났다. 인수를 위한 실사를 일주일 더 연장했는데, 일각에서는 양측 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과 관련해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도 걸림돌이다. 제재를 받게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주 끝낼 예정이었던 동양생명·ABL생명 실사를 일주일 연장해 이날까지 진행하고 있다. 투자업계(IB)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의 미래 성장 가치, 그룹과의 시너지 여부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도출하기 위해 추가적인 실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늦어도 다음주엔 실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6일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를 일괄 인수하기 위해 대주주인 다자보험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이달 말께 주식매매계약(SPA) 또한 마무리짓고 다자보험이 보유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영권 지분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보험 M&A를 서두르는 데에는 빈약한 비은행 부문이 실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은 1조75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1%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1조6735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우리은행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우리은행이 부진하면 우리금융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상반기 기준 무려 9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KB금융(54.1%), NH농협금융(72.2%), 신한금융(74.8%), 하나금융(84.7%)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 측의 실사가 연장된 게 암초를 만났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양측 간 가격 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다자보험은 두 생보사의 몸값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부르고 있다. 순자산 공정가치가 자본총계 기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못해도 2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1조8000억~2조원 이상은 지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과 관련된 부적정 대출 또한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현장검사를 통해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50억원 가량의 부적정 대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특히 대출 과정에서 손 전 회장의 처남이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행세를 한 것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금융은 당국이 진행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려면 최근 1년 동안 기관경고 등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350억원에 달하는 부적정 대출 중 일부는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실행되기도 했다. 만약에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적정 대출 건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면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에 의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가 자기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자회사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금융지주 기관은 물론 소속 임직원에게 주의나 경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즉 해당 법에 의거해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금융 또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오히려 우리금융이 보험 M&A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당국 차원에서 금융회사에 제재를 가하려면 통상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가량 절차가 소요되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신청일로부터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이에 우리금융이 제재를 받기 전에 가격 협상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자회사 편입을 완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M&A 진행 사항과 관련해서는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가격 협상만 잘되면 순조롭게 그룹에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안방보험 파산으로 다자보험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풍문도 존재한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남아있는 만큼 서둘러 M&A를 완료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