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 전방 수요 불확실, 고유가 등 부진 요인 이어져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의 제품군에서 수요 회복과 원가부담 완화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제품군 중 에틸렌과 PE, 프로필렌, PP, ABS, 페놀 등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공급부담이 과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PX, 합성고무 등 일부 제품군에서는 수요 확대와 수급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에틸렌의 경우 2021~2023년까지 연평균 1000만톤의 CAPA(생산능력) 증가가 이어져왔는데, 2024년부터는 연 500~600만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급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누적돼 온 공급부담이 과중하고 2026년 이후 중동자본의 증설 리스크도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PE 역시 에틸렌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데, 보고서는 “중단기 수급이 일부 회복되나, 2022년 이전에 비해 저하된 가동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프로필렌은 2024년에도 중국 중심의 대규모 CAPA 확대가 이어지며 수급 저하가 예상된다. 2025년 증설규모 축소에도 완공 후 가동이 지연된 중국 PDH(프로판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정) 물량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PP 역시 2024년까지 과중한 공급부담이 지속돼 경영 합리화 없이는 가동률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PE와 비교해 중국 자급률이 높은 점도 국내 업체에 불리하다.
ABS는 코로나19 특수 이후 2022~2023년까지 중국 중심의 대규모 증설이 있었고, 2024년부터 증설물량이 축소되지만 누적된 공급부담이 과중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페놀은 2023년부터 증설부담이 확대돼 수급 저하와 함께 당분간 저조한 마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PX와 합성고무 부문에서는 가솔린 블렌딩, 타이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상대적으로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같이 석유화학업계의 업황이 부진한 요인에는 중국발 공급과잉, 더딘 전방 수요 회복, 고유가, 구조조정 지연 등이 제시됐다.
특히 중국발 공급과잉은 석유화학업계 업황 부진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국은 2020년부터 석유화학 생산능력 확장에 집중했는데, 2020~2023년까지 중국 에틸렌 증설규모는 약 2500만톤으로 글로벌 증설 물량의 약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은 업스트림, 다운스트림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과거 50%에 육박했던 중국 수출비중은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는 40%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신증설 물량과 중국산 제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역내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산 저가 원유 도입과 높은 COTC 설비효율로 국내 업체의 원가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