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MBK 측...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 처분은 배임죄 해당
- 반도체 업계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 요청"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주주총회 의결권 지분 대결이 예상되자 긴급 이사회를 여는 등 대책에 분주하다.
고려아연 분쟁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업계 공급망에도 차질을 일으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오늘(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고려아연은 긴급 이사회에서 자사주 약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갖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 계약을 맺고 자사주 28만9703주(약 1.4%)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을 갖게 된다.
고려아연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2.4% 중 약 1.4%를 부활시켜 의결권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1.4%는 29일 종가기준으로 약 4300억원 규모다.
이사회에서 자사주 1.4% 의결권 부활이 이루어지면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은 36.8%까지 늘어난다.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이미 확보한 지분 38.47%와 비교해 1.67%포인트까지 좁혀지게 된다.
다만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 바 있다. 고려아연 긴급 이사회에서 임시 주총 소집 청구를 수용할지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최윤범 회장 측 인사 12명과 영풍 측 장형진 영풍 고문으로 구성돼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이 다수인 고려아연 이사회가 임시주총 소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영풍 측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영풍과 MBK 측은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 배임죄 등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례에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활용하겠다는 것.
또 MBK 측은 의결권 위임 대행사 선정에 나서는 등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또 MBK와 영풍 측은 시장에 유통 중인 지분에 대해서도 꾸준히 매입을 진행해왔다. 고려아연 주가는 29일 24만2000원(18.6%) 오른 154만3000원에 마감했다.
한편, 고순도 황산을 공급받는 국내 주요 반도체 회사는 최근 고려아연에 보낸 '반도체 황산 공급 및 품질 유지 요청서'를 통해 "반도체 제품 및 공정 난도가 증가함에 따라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할 경우 반도체 생산 및 품질 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황산은 매우 중요한 소재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 미래 수요를 대비한 양사 간 긴밀한 협의가 절실한 소재로 판단하고 있다"며 "황산 품질의 미세한 변동으로도 공정 산포(한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 변동 크기)가 흔들리고 있을 정도이다. 반도체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 및 개선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용 황산은 반도체 세정(세탁) 공정에서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미세한 불순물을 제거해 일종의 '세척제' 역할을 하는 필수 화학 소재다.
고려아연의 울산 온산제련소는 국내에서 고순도황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온산제련소는 지난해 기준 연간 총 140만톤(t) 황산 중 반도체용 황산 약 23만t을 생산했다. 국내 연간 약 38만t의 반도체 황산 시장에서 고려아연이 공급하는 물량은 65%(약 22만t)에 달한다.
또 고려아연 반도체용 황산의 95%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황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해 제품 경쟁력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영풍 측은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