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 기존 주주가치 희석시키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단행
지주사 전환을 위한 상장 폐지 포석이란 의견도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정부의 기업가치제고 계획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이 '밸류업 공시'에 나서는 가운데 교보증권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의 경우 금융당국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하자 밸류업공시를 비롯해 자사주소각·주주환원책 강화 등에 나섰다.
지난 8월14일 메리츠금융지주가 가장 먼저 공시를 발표한 이후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을 비롯해 중소형사인 DB금융투자 등이 잇따라 자율공시에 참여 했다.
공시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 계획이나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교보증권의 경우 지난해 8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소액주주의 자산 가치를 희석하는 등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액주주의 경우 기존 주주의 비례적 이익 침해를 이유로 신주 발행 무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경영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 정책 방향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 면서 "종투사 진입을 목표로 자기자본 증가를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20년이후 지속적으로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일반주주를 배제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지분을 늘려왔다. 현재 회사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교보생명의 지분이 84.72%까지 급증한 상태다.
교보증권은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의 목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와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확충 목적이라고 증자의 목적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공개매수 후 상장 폐지를 위한 포석이란 의견도 나온다. 교보생명의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앞서 메리츠금융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상장폐지를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교보증권의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 2022년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라면서 "(매입에 대한)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회사들의 자본 재분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