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인사이트 녹경 기자]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주가 조작 방식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라덕연발 주가 폭락 사태는 내부 제보가 없었다면 영원히 들키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들의 수법도 진화했다. 단순히 회삿돈을 빼내고 주가를 올리는 것에 만족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을 통해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운다. 인수한 회사들은 새로운 테마의 재료가 된다. 주가가 오르면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이뤄진다. 작전 세력들은 차익이 커질수록 반대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진다.
최근 정치권 이슈와 맞물려 세간에 회자되는 '회장'들의 경우 진화된 방식으로 사세를 키운 것으로 알려진다. 모 엔터회사 회장의 경우 최근 10년여 동안 CB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기업만 해도 수십여 곳에 달한다.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복잡하게 설계된 차명법인들과 투자조합 등이 동원된다. 모 회장의 경우 다양한 투자조합을 통해 가족과 지인들이 CB를 챙겼고, 주가가 오르면 조합을 해산하고 CB 일부를 블록딜하는 방식으로 ‘5%룰’(대량보유 보고) 공시 의무를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리면 개미들이 물량을 소화한다. 세력과 무관하게 노출된 정보에 의존하는 개미들에 피해가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세토피아 역시 CB를 활용한 무자본 M&A와 시세조종에 대한 의혹이 나온다. 세토피아는 지난 2020년 최대주주 변경 후 CB 발행과 타법인 인수를 통해 다양한 테마에 오른 바 있다. 신사업 발표와 함께 반짝 주가 상승도 반복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세토피아는 지난 2021년 말 47억원 규모의 한류홀딩스 BW와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한류홀딩스의 나스닥 상장 및 희토류 신사업 소식에 세토피아 주가는 4배 가량 올랐다. 문제는 실제 성과와 자금의 정체다. 세토피아가 한류홀딩스 지분을 인수한 직후 세토피아는 자회사를 대상으로 60억원 CB를 발행했다. 해당 CB는 세토피아 자회사로부터 한류홀딩스가 인수했다. 자금 흐름을 보자면 ‘세토피아→한류홀딩스→세토피아’로 피인수회사가 인수자금을 대준 셈이다.
한류홀딩스가 재인수한 세토피아 CB는 특수관계인들에게 매각됐고, 세토피아 주가가 오를 당시 ‘5%룰’을 피해 시장에 풀렸다. 세토피아 주가가 오르기 직전인 작년 2~4월 주식전환이 완료된 CB는 122억원 규모로 주가 고점 기준 차익은 4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토피아는 지난해 한류홀딩스 지분가치를 모두 손상 처리했다. 회수 가능액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희토류 신사업 목적으로 인수한 비상장자 2곳도 작년 감사보고서에서 모두 손상처리 했다. 세토피아는 해당 비상장사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 위해 현재까지 63억원 가량을 투입했는데 이중 40억원을 CB 발행으로 상계했다.
사채업자나 저축은행 등 외부에서 돈을 빌리는 무자본 M&A 역시 개인투자자들이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반대매매가 이뤄지더라도 무자본 M&A에 나선 최대주주의 경제적 손실은 미비하다. 최근 초전도체와 리튬 관련주로 언급됐던 씨씨에스와 테라사이언스 역시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미만 당한 것이다.
익명의 M&A업계 관계자는 “무자본 M&A의 목적은 결국 돈”이라며 “엑시트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빼돌리거나 저가의 부동산을 고가로 인수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다”고 밝혔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