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전문가들, 정부·건설사·금융업계의 '조용한 만기 연장' 경고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조용히’ 연장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금융위에서 지난 12월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C)·부실우려(D)에 해당하는 여신이 22.9조원으로 전체 PF 익스포져(PF 위험에 노출된 자산 규모) 의 10.9% 수준이라고 밝혔으며 25년 상반기까지 16.2조원을 재구조화・정리 완료할 예정이라 했다.
물론 금융위가 발표한 이 22.9조 원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전체 PF 대출을 평가한 결과이며, 여기에는 중견·중소 건설사, 시행사, 비주거용 PF(물류센터, 리조트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모든 대형 건설사의 PF 대출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금융기관 대출뿐만 아니라 자체 자금이나 계열사 자금으로 PF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PF 익스포저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가 밝힌 계획대로 각 기업의 PF 대출 여신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개별 건설사나 시행사의 PF 대출 만기 연장 여부등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PF 대출은 개별 프로젝트를 위한 비공개 대출인 경우가 많고, 여러 금융기관이 참여한 신디케이트론(복수의 대출 기관이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대출을 제공하는 것) 형태로 이루어진다"라며 "만기 연장 여부는 대출약정 당사자들(시행사·시공사와 대주단) 간의 계약 변경 사항으로 간주되어,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할 법적 장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사 입장에서는 'PF 대출이 연장된다'는 것은 애초 예상대로 상환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므로 자산 건전성 악화로 비칠 수 있다"라며 "이는 자칫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혀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보니 금융기관과 건설사 모두 만기 연장 사실을 외부에 드러내길 꺼려한다"고 했다.
따라서 PF 연장이 공식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주로 연장 실패나 채무보증 이행 상황에서다. 예컨대 'PF 연장 불발'로 건설사가 채무 인수를 하게 되면, 이를 공시 의무에 따라 발표하게 되고 그제서야 언론에 해당 사업장의 부실 상황이 보도되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반면 연장에 성공한 경우에는 별도 발표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건설사 내부 회의록이나 금융기관 내부 문서에만 남을 뿐, 일반 투자자나 국민들에게는 자세한 내역이 공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 지적했다.
참고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PF 만기일은 대부분 2024년에 몰려있다. 각 기업별로 보면 2023년 말 기준 현대건설은 PF 대출 잔액이 9조 9,067억 원이며, 7조 2,790억 원(73.5%)이 2024년 만기 도래다. 롯데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5조 3,891억 원이며, 이 중 4조 5,351억 원(84.2%)이 2024년 만기 도래다. GS건설의 총 PF 대출 잔액은 3조 3,015억 원이며, 그중 2조 393억 원(61.8%)이 2024년 만기 도래다.
금융 전문가는 "만약 각 건설사들이 정상적으로 만기일에 맞춰서 PF 대출 금액을 처리했다면 이번달 말에 공개될 것으로 예정된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뚜렷한 부채 감소가 나타나야만 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조용히 PF가 연장됐다'고 봐도 될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PF 만기연장 수수료를 2025년 1월 17일부터 폐지하면서 PF 대출 연장을 쉽게 만든 것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 만기 연장이 이어지면 하청업체 결제 기간도 조정된다. 이러한 상황은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PF 대출 만기 연장이 사업성이 낮은 프로젝트까지 확대되는 것을 가장 큰 위험 신호로 보고 있다. 정상적인 사업이 아닌 프로젝트까지 대출이 연장되면서 향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PF 대출 만기 연장은 단순한 자금 조정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 신호"라며 "정부의 PF 대출 만기 연장이 자칫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와 금융권도 PF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가 PF 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게 해주는 만큼 대신 각 기업이 부실 사업장에 대해 정리를 제대로 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홍주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