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주가 '직원 매수가'까지 추락...'AI 전략' IPO 구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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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주가 '직원 매수가'까지 추락...'AI 전략' IPO 구원될까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3.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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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뱅크 비상장주 62% 급락...직원 우리사주 매수단가까지 하락
- AI뱅크 전환 전략에도 실효성 논란..."독자성 입증 없인 고평가 근거 마련 어려워"
- 2026년 7월 IPO 마감시한 압박..."7250억원 자본 인정 위한 상장 불가피"
케이뱅크 [케이뱅크]
케이뱅크 [케이뱅크]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3차 연기로 비상장주 가격이 1년 새 62% 하락하며 직원 우리사주 매수단가 수준까지 도달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인공지능(AI) 뱅크 전환을 통한 기업가치 회복 전략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2026년 7월 IPO 마감시한을 앞두고 할인된 공모가 책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케이뱅크 주가는 65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월 1만7300원 대비 62.43% 하락한 수준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6500원은 케이뱅크 직원들의 우리사주 매수단가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 IPO가 세 차례나 연기된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공모주 중 기존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구주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로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둘째, 케이뱅크가 제시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보다 58%나 높게 책정되어 고평가 논란을 빚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PO 지연으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상장 가능성보다 공모가 하락 폭에 더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고평가 논란 제기 이후 공모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도세가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아한 점은 역대 최대 실적과의 괴리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4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주택담보대출 18% 증가와 연체율 0.08%p 개선 등 호재를 기록했으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IPO 재추진 불확실성이 실적 호전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기 해결책으로 내세운 AI 전략은 실효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프라이빗 LLM(대규모언어모델) 도입과 개인사업자 AI 세무상담 서비스 출시, 미국 스타트업 뱅퀴시와 단기근로자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기술 혁신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경영 효율화는 현재 모든 시중은행이 추진 중인 공통 과제"라며 "케이뱅크만의 독자적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고평가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규모의 적정성과 성과 창출까지의 시차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기업가치 회복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대 리스크 요인은 BC카드의 7250억원 채무 변제 의무다. 이는 2021년 유상증자 당시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에 약속한 조건으로, 마감시한 내 상장 실패 시 투자자들이 드래그얼롱을 발동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는 당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7250억원을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에게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리를 부여했다.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금융당국에서 해당 조항이 달린 자본 약 7250억원을 BIS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10월 업비트와의 계좌제휴 갱신 협상이 최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업비트 예치금이 전체 예수금의 20%를 차지하는 만큼 제휴 종료 시 자금 유출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도 케이뱅크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일한 호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성장률 7% 관리 정책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3.8%)와 토스뱅크(5.3%)에 비해 높은 성장 한도를 확보했다. 그러나 AI 투자 성과 창출 지연과 가상자산 시장 침체, 시중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실적 개선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자본 확충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IPO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기업가치 할인을 감수하더라도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 할인을 통한 공모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도입 효과가 기업가치 재평가로 직결되지 않으면 IPO 성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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