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수차례 번복한 끝에 오는 4월 2일에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더는 번복이 없을 것이라 공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상적인 그림은 제조사가 관세 압박으로 인해 미국에 공장을 짓고, 그로 인해 미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걸텐데요. 그의 청사진대로 각국 업계가 착착 움직여줄 지는 의문입니다.
우선 자동차 제조업은 여타 제조업이 그렇든 영업이익이 높지 않습니다. 마진율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토요타도 11% 수준이고 현대는 8%, 포드는 4.4% 정도의 이익을 남깁니다. IT나 제약 업종이 20% 정도의 영업이익율을 보이는 것과 상당히 차이가 나죠.
그러니까 제조사는 25%의 관세를 절대 혼자 부담할 수가 없습니다. 중간 유통사인 딜러사도 마진이 크지 않아 관세 중 아주 일부만 부담할 것이고, 결국 트럼프가 부과한 25%의 관세 중 최소 10%에서 15%는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자동차 소비자값 최대 1700만 원 오를 것
미국은 매년 15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국가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입니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차량이 미국 밖에서 생산돼 수입됩니다.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 같은 해외 기업 뿐 아니라 GM, 포드, 스텔란티스처럼 미국 기업들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많이 두고 있습니다. 미국 베스트셀러인 쉐보레 이쿼녹스, 실버라도, 포드 브롱코스포츠, 스텔란티스 램1500 등 미국의 국민차라 불릴만한 차종들이 상당 수 멕시코에서 생산됩니다.
특정 나라에만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전방위적인 관세로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실익이 없는 상황입니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기업들이 트럼프의 정책에 강하게 반기를 드는 이유입니다.
이에 더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에서 제조하는 차량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미국은 철강의 25% 알루미늄의 85%를 수입에 의존합니다.
최근 자동차는 무게를 낮추기 위해 알루미늄을 더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에는 한 대당 250kg, 전기차에는 약 500kg의 알루미늄이 사용됩니다.
이를 종합해 블룸버그통신은 관세로 인해 일부 전기차 가격은 1만 2000달러(약 1700만원) 이상 오르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약 9000달러, 픽업트럭은 8000달러가량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도 단기간에 어려워... 인건비도 문제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공장 중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혼다는 차세대 시빅 모델의 생산을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제조 시설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고 인디애나 공장에서 연간 약 21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GM과 포드 역시 공급망을 재편해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 기아 역시 미국 앨리바마와 조지아 공장, 조지아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간 안에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는 것도, 이전한다고 해서 높아진 차값이 다시 원상복구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자동차 제조 공장을 신설하고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2년에서 5년이 소요됩니다. 기존 공장을 개조하면 1~2년, 완전 신설 공장은 보통 3~5년이 걸립니다.
입지를 선정하는 데에 1년, 공장을 설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에 또 1년, 설비와 조립 라인을 구축하는데에 또 1년, 테스트 생산 및 정식 가동을 하는데에 또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립니다.
여기에 숙련공들을 채용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시간 또한 더해집니다.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공장도 2022년 10월 착공해 올해 상반기에 정식 가동을 시작합니다.
인건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주로 진출해 있는 맥시코의 인건비는 미국의 1/5 수준이고 캐나다도 온타리오주처럼 제조에 특화돼있는 곳은 임금이 낮고 환율 격차로 인건비를 더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모두 미국 내 인력으로 대체할 경우 임금 상승은 물론, 전미자동차노조와 같은 강력한 노조의 임금 상승 요구에도 지속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자동차가 없인 마트에 갈 수도 없을 정도로 차가 생필품입니다. 비용 증가가 현실이 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텐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어떻게 달랠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