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 자본 11조6000억원 감소...삼성전자 주식 평가손 직격탄
- 현대해상, 1조8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도 155.8% 불과...추가 자본 조달 필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news/photo/202503/324273_368462_755.png)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감독 기준을 현행 150%에서 최대 130%로 낮추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2001년 도입 이후 24년 만에 추진되는 이번 규제 완화는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가중된 보험사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기본자본 비율을 의무 준수 기준으로 도입하며, 해약환급금 및 비상위험준비금 관련 규제도 동시에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1일 열린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K-ICS 기준을 10~20%포인트(p) 하향하기로 했으나, "상반기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최종 수치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조치에는 보험사의 배당 여력 확충을 위한 다각적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증가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자본 질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로 일시적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일부 중소사는 기본자본 비율 의무화로 추가 자본 조달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4년 4분기 기준 주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삼성생명 180%, 현대해상 155.8%, 동양생명 154.7%로 집계됐다. 삼성생명은 금융당국 권고수준(150%)을 웃돌았으나, 삼성전자 주식 평가손 6조6000억원과 부채 할인율 변동 8조9000억원으로 인해 지난해 자본이 11조6000억원 감소하며 재무 건전성 관리에 주목받고 있다. 현대해상은 1조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도 지급여력비율이 155.8%에 머물러 추가 자본 조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지급여력 유지를 위해 자본증권 발행을 2020년 9680억원에서 2024년 8조6550억원으로 9배 이상 늘렸다. 2024년 신종자본증권(2조2700억원)과 후순위채(6조500억원) 발행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2025년 1분기만 해도 신종 6000억원, 후순위채 3조7000억원 추가 발행이 예상된다. 2025년 1월 말 기준 자본증권 잔액은 23조1538억원(후순위채 70%)에 달하며, 연간 이자비용은 4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본 조달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압박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현황에서도 업계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2024년 상장 보험사 11개사 중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코리안리 4곳만 배당을 했으며, 현대해상은 23년 연속 이어오던 배당 기록이 중단됐다. 업계 전체 배당액은 2조1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0.03% 감소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상위 보험사 위주로 배당 재개가 이루어질 것이며, 자본 건전성이 취약한 회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당국은 해약 환급준비금 적립 비율도 190%에서 170%로 완화해 1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IFRS17(부채 처리)과 K-ICS(자본 인정) 간 보험계약 서비스마진(CSM) 평가 차이로 인한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SM 이중잣대 해결 없이는 자본 효율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기본자본 비율이 낮은 일부 회사는 조건부자본증권(CoCo) 발행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