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車 AAM 로드맵, 韓 시장과 맞지 않아...美 맞춤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나
- AAM 로드맵은 장밋빛 환상...주가 끌어올리려는 금융업계의 꼼수
자율주행 레벨4 개발이 더뎌지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현대차가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및 지역간 항공교통(RAM), 그리고 이를 포괄하는 개념의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있어 주목된다.
이미 업계에선 자율주행 레벨4의 상용화에 앞서 UAM 시대가 먼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는 만큼, 현대차가 UAM 초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기술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익성이나 접근성이 실리적이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과도한 장밋빛 미래를 내세워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현대車 AAM 로드맵, 韓 시장과 맞지 않아...美 맞춤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나
현대차가 UAM 상용화를 이끌어 내더라도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비행장이 설립된다면 수익성과 접근성에 대한 실효성이 충분한지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잠실 종합운동장이나 한강 고수부지·여의도 등 서울에만 13곳에 버티포트를 세운다는 계획이 나오고 있는데, 교통이 많이 밀리는 곳이다. UAM 기체 자체의 이동 속도는 빠르지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 결국 중·장거리 항공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모델도 변모하는 추세다. 현대차가 RAM이나 AAM을 거론하는 이유"라며 "윤 정부 기간에 UAM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정책쪽에서 논의할 부분이 많을 것. 실제로 우리 정부는 (UAM 상용화를) 2035년으로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AM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에서는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높은 이용 가격을 감당할 만한 수요가 적다는 분석에서다. 해외에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국내 소비자만 보고 비즈니스를 끌고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UAM의 안전성 측면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루트를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장 자가용이나 지하철로 이동하는 것에 비해 메리트가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을 넘어서서 정부 관점에서의 UAM·RAM 사업 모델을 셋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미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1000여개 공항의 30%가 미국 이동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나머지 공항을 활용하는 데에 AAM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현대차가 AAM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이유기도 하다.
이 교수는 "미국 시장에 걸맞는 범위를 고려해서 개발하는게 맞다. 현대차가 UAM에서 RAM으로 개념을 확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 정의선 회장 '자동차 50 : 로봇 20 : UAM 30' 제시...장밋빛 미래 제시로 주가 끌어올리려는 꼼수?
일각에서는 정 회장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 수요는 커녕 기술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AAM에 대한 로드맵은 과도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모든 정책과 전략은 수요자 중심으로 간다. 시장의 수요가 없는데 현대차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의선 회장은 2030년까지 포트폴리오 구성을 자동차 50 : 로봇 20 : UAM 30 으로 구성한다고 하는데, 시장이 전혀 무르익지 않은 로봇이나 UAM의 구성을 이렇게까지 높이는건 말이 안된다. 산업이나 시장을 전혀 모르고 내세우는 것. 미래를 운운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확대되기 힘든 이유로 '인력 부족'과 '협력업체 공급망 부재' 두 가지를 꼽는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2030년에 100조라면 로봇은 40조, UAM은 60조라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항공산업에서 기체 제조업 규모는 8조원도 안된다. 현실적으로 산업화 되기는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라며 "자율주행 인력도 없는데 항공쪽 인력을 어떻게 메울 것이며, 협력업체는 없다고 봐야 한다. (현대차의) 말이 너무 앞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UAM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 자가용 비행기 시장이 몇만대 있다. 그 시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거나 해야 하는데, 이미 미국에는 작은 비행 이동수단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하늘 나는 것 안해보지 않았다. 이미 하고 있는 기업들을 뛰어넘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기체 이용 비용과 관련해서는 "어차피 UAM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모두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용요금을 얼마를 받든 국내 시장에서는 성장하고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합종연횡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사 롤스로이스와 UAM 공동 연구 등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2025년까지 RAM 기체의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배터리 추진 시스템 등을 공동으로 연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UAM법인인 슈퍼널은 2028년 미국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대에 지역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은지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