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평가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
중소기업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 중
"건전성 관리 문제로 기술신용대출이 늘기는 쉽지 않을 것"
기업금융을 강화하고자 시중은행이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기술신용대출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 등 경제한파가 사회 전반에 엄습한 탓이다.
은행권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기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를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며 "줄어든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출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분기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3조 2116억을 기록했다. 112조 2860억원을 기록한 1분기에 비해 10조 9256억원 늘어난 수치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12조 6284억 원으로 전달보다 3조 5811억 원 증가했다.
이에 반해 기술력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신용대출은 연일 감소세다. 5대 은행의 2분기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3조 741억을 기록했는데 1분기 대비(173조 3365억원) 20조 2624억원 감소했다.
전체 은행권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기술신용대출은 크게 감소했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개 은행의 2분기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7조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1%포인트(p) 줄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누적 건수는 74만9679건으로 11.7%p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벤처·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 상품이다. 은행권은 2014년부터 해당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전체 대출의 규모는 늘고 있는데도 기술신용대출이 오히려 감소한 것은 작년 8월 ‘기술신용평가(TCB)’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차주 중 상당수가 대출 연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차주의 대부분은 자본력이 부족하고 외부 경제 상황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준이 강화되면 대출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부실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국민은행 0.26%, 신한은행 0.32%, 하나은행 0.36%, 우리은행 0.3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국민은행 0.06%, 신한은행 0.11%, 하나은행 0.07%, 우리은행 0.02% 등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중소기업의 기초체력이 약화됨에 따라 한계기업 역시 느는 추세다. 지난 12일 하나금융연구소가 국내 2만4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말 전체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4.4%였다. 올해 경제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연내 최대 22.8%까지 한계기업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계기업이란 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더 이상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말한다.
은행권은 하반기 목표를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술신용대출이 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상각했다. 치솟는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 일부는 손실처리하거나 헐값에 매각해 털어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최근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 중심에는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다"며 "하반기 건전성 관리가 대두되고 있어 우량차주를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TCB 평가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하반기 역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극적으로 기술신용대출이 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