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지속 요청해왔던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31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가업상속공제는 공제한도가 조건부로 최대 2배 늘어난다.

증권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늘리는 기업은 법인세 혜택을 받는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개인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를 깎아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인으로 알려진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하는 상법 개정 계획은 빠졌다.

정부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역동경제 로드맵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회복의 온기가 민생 현장에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차를 줄이는 한편 민생의 구조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민생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선 우리 경제의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퓰리즘적인 현금 나눠주기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충분한 지원을 펼치고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에는 기업 밸류업(Value-up·가치제고) 프로그램의 핵심인 '세제지원 방안'이 들어갔다. 

특히 재계가 그간 지속 요구해온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가 포함된 세법개정을 추진한다.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1993년 도입했는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최대주주 보유 주식의 평가금액에 20%를 가산하는 제도다. 할증평가를 폐지하면 그만큼 최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조세제도 개선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면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에 일반주주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대주주 지분이 많은 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24년째 고정된 상속세 과세표준이 자산가격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중산층 국민까지 조세 불만이 커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며 합리적 개선을 요구했다.

또 가업상속공제도 확대한다. △밸류업 △스케일업(Scale-up) △기회발전특구 참여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기존 최대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올린다. 공제 대상도 중소·중견기업 전체로 확대한다.

아울러, 밸류업 기업에는 법인세를 깎아준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가금액 중에서 직전 3년 대비 5% 초과분에 법인세를 5% 세액 공제하는 방식이다. 증권시장 주가 부양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인 셈이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달 말 세법 개정안을 내놓을 때 상속세 개편 관련 세부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과표 조정 및 세율 인하가 포함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인세 세액공제 적용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주주는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일 경우 배당소득 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완화한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14~45%인 세율을 25%로 선택할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 증가금액에 한정한다. 

정부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추진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을 놓고 재계의 거센 반발과 함께 관계 부처 간 이견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국회에서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밸류업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은 조세특례제한법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사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및 상속세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에 대해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돌파하고 정부안대로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상공인 전기요금 특별지원 요건을 2배 완화해 연매출 6000만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특히 ‘플랫폼 갑질’ 비판이 나오는 배달수수료 인하를 유도한다. 플랫폼 사업자와 외식업, 관계부처,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7월 가동해 연내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정책자금 상환 기간 및 지원 대상 확대, 저리 고정금리로 대환 요건 완화 등 금융 지원 14조원, 누적된 채무 조정을 돕는 새출발기금 10조원 확대(30조원→40조원), 착한임대인 세액공제 일몰 연장 등 재정·세제 지원 1조원 등을 지원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상공인이 당면한 부담을 덜어주고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대책을 마련했다"며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금융비용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6%로 상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