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MBK에 3000억 단기차입...실탄 장전
고려아연 측, 백기사 구하기 난항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두고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쩐의 전쟁' 2라운드에 돌입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금액을 75만원으로 상향했기 때문이다.
대상은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 2070만3283주 중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이다. 영풍정밀의 경우 최소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응모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이는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로서, 투입비용은 최소 1조802억원에서 최대 2조26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자금 추가 조달을 위해 영풍 또한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의 차입을 결정했다. 회사는 25일 장마감이후 '대여상대의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 대여'명목으로 3000억원 금전대여결정을 공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격 상향을 결정하면서 속도전에 나섰다"면서 "이번 결정은 경영권 인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펀드 수익성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으면서 '승자의 저주' 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로 소송전이 난무하면서 법률적 리스크와 더불어 투입한 자금에 대한 자금회수(엑시트)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MBK의 경우 공개매수 대금마련을 위해 딜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4905억원(고정금리 연 5.7%, 차입기간 9개월)을 차입한 상태다.
고려아연측은 차입금에 대해 성명문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자금 확보를 위해 1조4905억원을 빌렸다"면서 "납부할 이자비용만 64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가치 회복이란 명목으로 고려아연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차입금 상환과 이자수익을 내는데 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아연 최 회장은 아직 뚜렷한 '백기사'를 찾지 못한 모양새다.
해외 사모펀드나 고려아연의 협력업체, 최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깊은 오너 등이 거론되었지만, 뚜렷한 출구 방안이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 방안 등이 없기 때문이다.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하면서 시간 또한 촉박해졌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에 대항할 수 있는 기간은 이제 5거래일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후 고려아연의 주가하락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면서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비롯해 배임 문제 등 이사회의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경영권을 내려놓는 방안뿐"이라고 덧붙였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