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가입자들의 새로운 실손보험 전환 가능성은 쉽지 않을 전망 높아
- 보험료 인상 어려워 선제적 손해율 관리 위한 심사기준 강화

금융당국이 기존 상품의 구조적 문제로 적자에 허덕이는 실손의료보험을 전면 개편했지만 보험사들은 되레 가입 문턱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인상이 쉽지 않다 보니 선제적 손해율 관리를 위해 가입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이 과잉의료이용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지만 당장 적자구조를 해결해줄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기존의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수익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신규 가입 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생명보험사가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판매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생보업계 빅3도 최근 실손보험 가입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2년 내 병력 중 높은 재발률로 추가검사비 등 지급 가능성이 높은 병력은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실손보험 가입 시 5년 이내 보험금 수령이 있는 경우 고지에 해당하는 병력 유/무와 질병의 정도에 따라 가입 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한화생명도 2년 내 병원 진료 기록을 실손보험 가입 제한에 반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의 심사 조건이라면 사실상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이 100만원을 넘으면 실손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조건을 지난 5월부터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삼성화재 역시 이달 1일부터 최근 2년간 장기보험의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포함해 50만원을 초과하면 실손보험 가입이 안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고객의 방문진단 연령대도 낮춰 심사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보험사들의 이 같은 실손보험 가입 기준 강화는 높은 손해율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지난 2016년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조5000억원의 손실을 경험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뺀 수치다.
특히 실손보험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손해보험업계는 2조 3694억의 손실을 입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약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자기부담금이 없고 비급여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가 많은 1세대 실손보험의 지난해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136.2%로 평균 손해율 보다 9%p 높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손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세대 등 기존 가입자들이 새로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손해율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신규 가입자는 철저히 가려서 받겠다는 기조다.
결국 일부 가입자의 과잉 의료이용이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초래하고 일부 보험사의 경우 실손보험 판매중단까지 초래했다는 해석이다.
지난 2015년 이전에 라이나생명과 오렌지라이프, AIA생명이 실손보험을 포기했으며 2017년에서 2019년에는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 DB생명 등이 잇따라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신한생명, 올해 3월에는 미래에셋생명이 더 이상 실손보험 취급을 멈췄다.
이달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판매중단을 결정하면서 17개 생명보험사중 빅3를 포함한 5개사만이 실손보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