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예정으로 글로벌 시장 장벽까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친환경 전환 이뤄내야"
기후솔루션, 철강산업 탈탄소 관련 경쟁국들과의 정부지원금 규모 비교
한국 정부 지원금 2685억원, 독일은 10.2조원으로 한국의 38배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부진에 빠진 가운데 CEO들이 부진 극복을 위해 일제히 친환경 전환을 강조했다. 그러나 철강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건설경기 침체와 수입산 철강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제로, 철강 부문 부진의 영향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58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3.3% 감소한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철강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급감한 이유 중 하나는 값싼 중국산 철강이 국내로 수입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남는 철강재를 우리나라에 저가로 수출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철강재 수출량은 258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철강재 중에서도 중국산 철강재는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철강재 수입량 402만5000톤 중 약 65%가 중국산 철강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내 철강사 CEO들은 모두 친환경 전환을 내세웠다. 철강업계에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EU 간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 등 탄소 관련 글로벌 무역 장벽이 세워지는 추세에 맞춰 저탄소 생산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머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제25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저탄소·친환경 철강 생산 체계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친환경 생산 체제로 조기 전환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 중립에 기여하고 확대되는 세계 친환경 철강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도 지난 5일 당진제철소에서 ‘CEO 타운홀 미팅’을 갖고 “현대제철의 비전은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라며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맞춤형 준비를 해야 하며, 블록화되어 가는 각국의 철강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내 철강산업이 적극적으로 탈탄소화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과 달리, 한국 정부의 관련 지원금은 다른 국가 대비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이 11일 발표한 “녹색 철강의 미래, 수소환원제철-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주도의 투자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 개발을 위해 추진 중인 정부지원금은 총 2685억원으로 독일(약 10조 2000억 원)과 약 38배나 차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 외 주요 철강생산국인 일본(약 4조 491억 원), 미국(약 2조 100억 원), 스웨덴(약 1조 4471억 원)과도 정부지원금 규모의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포스코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약 40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전체 설비 전환을 위한 비용으로만 2050년까지 최소 약 2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정부 지원 예산은 269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함에도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총 정부지원금 2685억 원 중 약 10%만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배정되고, 나머지 약 90%는 탄소 감축 효과가 적은 현존 설비 개선으로 쓰이는 것이다.
보고서의 주 저자인 권영민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한 결과 현재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계획 수준은 주요 경쟁국 대비 뒤처져있다. 만약 선도적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유럽식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계획대로 상용화된다면, 다가올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 한국 철강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산업경쟁력 유지와 선점을 위해서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