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 구속 '창사 이래 최대 위기'...경영 쇄신·AI 신사업·M&A 등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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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 구속 '창사 이래 최대 위기'...경영 쇄신·AI 신사업·M&A 등 차질 '불가피'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7.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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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22일 'SM 시세조종 의혹' 김범수 구속..."증거인멸·도망염려"
- 김범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기업 책무 노력"
-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 자신감
- 카카오, 잇단 경영 쇄신책 발표... AI 전담조직 '카나나' 신설 등 변화
- 카카오 법인 벌금 이상 형 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이자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재계 서열' 15위 카카오는 김범수 위원장이 진두지휘한 경영 쇄신, AI(인공지능) 신사업 추진 등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을 결정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장대규)가 김범수 위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6일 만이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12만원)보다 올려놓기 위해 단기간 대량 주식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카카오는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 인수에 성공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다만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2월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검사 4명은 20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동원해 구속 필요성을 소명했다. 

반면 김범수 위원장 측은 법무법인 세종과 전주지법원장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을 포함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렸고 이날 법정에는 12명의 변호인단이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위원장은 그간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김범수 위원장은 9일 검찰의 첫 소환 조사에서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매수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김범수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인 18일 카카오 임시 그룹협의회에서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빌딩

반면 검찰은 "김범수 위원장이 카카오 총수로서 그룹 차원에서 벌인 시세조종을 몰랐을 리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검찰은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및 원아시아파트너스의 A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배재현 대표와 A대표는 앞서 모두 구속기소됐다. 이후 배재현 대표는 올해 3월, A대표는 지난 22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김범수 위원장은 22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김범수 위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김범수 위원장 측은 "SM엔터 지분 배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카카오의 SM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 수사는 작년 10월과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범수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8개월 만인 지난 9일 김범수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범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 기간은 예상 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피의자의 최장 구속기간은 6개월이지만, 카카오와 관련한 여러 건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혐의로 구속 기간이 끝날 때쯤 다른 혐의로 추가 구속을 이어가는 방식을 취한다면 구속기간은 6개월씩 더 길어질 수 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3건의 카카오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른 바 '콜 몰아주기 사건'도 맡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71억원 상당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KLAY)'와 관련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김범수 위원장을 이 사건 관련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한편, 김범수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는 경영 쇄신, AI 신사업 추진 등에 차질을 빚게 됐다. 김범수 위원장이 직접 경영 쇄신을 진두지휘했으며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의사결정도 해왔기 때문. 

카카오는 18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정신아 대표,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이 모인 가운데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18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정신아 대표,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이 모인 가운데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는 주가 조종, 분식 회계 등 각종 혐의를 비롯한 수많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했다. 2022년 초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교체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 지원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발족했다. 카카오는 최근 무분별한 기업공개(IPO) 지양, 불법행위를 한 경영진에 배상책임을 검토하는 안 등 책임 경영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CA협의체도 협약 계열사의 신규 투자 집행·유치, 지분 매각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정신아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의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초 AI 전담조직 '카나나'를 신설하며 서비스와 모델 개발에 나섰지만 차질이 우려된다. 지난 5월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만의 차별점이 담긴 AI 서비스를 올해 발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사법 리스크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와 지난해 북미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해외 진출에 나선 바 있다.

카카오뱅크 또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기소 의견으로 김범수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 법인까지 포함해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 형을 받으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한다.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정신아 대표,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에게 "그룹 구성원들이 힘 합쳐 경영 쇄신과 AI 기반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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