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7% 지분 추가 확보" vs 최윤범 "공개매수 저지"...'경영권 분쟁' 커진 이유
상태바
영풍·MBK "고려아연 7% 지분 추가 확보" vs 최윤범 "공개매수 저지"...'경영권 분쟁' 커진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4.09.20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MBK "중국에 매각 안한다...10년 이상 장기투자"
- 최윤범, 최근 우군 확보 위해 일본 방문후 귀국
- 영풍 장씨-고려아연 최씨, 동업자에서 '원수지간'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최소 7%를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분 7%를 추가로 취득할 경우, 안정적으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반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은 대응방법을 찾았으나 전략상 이유로 밝히지는 않았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성공을 자신하지만, 양측 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MBK파트너스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지분 7%를 추가 취득하고,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44%(의결권 기준)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주주총회 출석률을 고려할 때 44% 지분을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 관련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소 7% 지분만 추가할 수 있다면 영풍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협력해 지난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과 영풍정밀 경영권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영풍과 MBK 측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공익재단 등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50% 이상 지분을 차지하게 된다.

취득 예정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7~14.6%이며, 주당 인수가격은 66만원이다. 고려아연 지분 1.58%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서는 최대 43.43% 지분을 주당 2만원에 전량 사들일 계획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은 이날 "이번 공개매수 지분을 보유한 주체의 97.7%가 기관투자자로, 장기 투자자인 이들의 고려아연 지분 평균 취득 단가는 45만원 이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제시한 66만원 인수 가격은 51.4% 정도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고 덧붙였다.

또 김광일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중국에 팔린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중국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조원에 달하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라며 "국내 어느 대기업이 지분을 인수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예상대로 최소 7% 정도 고려아연 지분 취득이 가능할 경우,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경영권 방어를 하려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7~8% 정도 매입해야 하기 때문. 

MBK파트너스 측은 최윤범 회장이 주도한 고려아연의 여러 사업에 대해 의혹도 제기했다.

가령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펀드에 총 5561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투자의 올 6월 말 평가 금액은 4183억원에 그쳤다는 것. 이에 따라 1378억원 손실액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자료 : 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 김광일 부회장은 "SM엔터테인먼트 형사 사건을 방청해보니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회장이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우 친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당사는 풍부한 여유 자금을 활용해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거쳐 해당 사모펀드(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어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 및 내규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모두 거쳤다"며 "사모펀드, 특히 블라인드 펀드는 어느 사업에 투자를 집행하는지 LP(출자자)인 당사가 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인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그니오홀딩스 인수와 관련해 내부 경영진과 이사회에 보고한 재무 자료와 인수 이후 자료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내부 경영진 및 이사회 보고 당시인 2022년 4월 제시한 자료에서 이그니오홀딩스 매출액은 573억원이며, 1차 투자가 이뤄진 같은 해 7월 자료에 명시된 매출액은 637억원이다.

문제는 2차 투자로 지분 100%를 확보한 2022년 11월 공시 자료에선 이그니오홀딩스 매출액이 단돈 29억원으로 급감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하반기 총 5820억원을 투입해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100%를 사들였다.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 "당사는 2022년 미국 자회사를 통해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다"며 "투자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 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적정 가치를 산정한 뒤 매도인과 협상을 거쳐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 자원 순환 등 신규 사업을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 환경 변화 및 경영상 필요에 따라 투자 계획이 일부 수정되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그니오홀딩스 투자를) 아무런 구체적인 근거 자료 없이 문제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인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홀딩스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100% 리사이클링 동박'을 생산하는 자원 순환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지난해 3만톤이던 동(구리) 생산량을 2028년 15만톤까지 확대하기 위해 당사의 투자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서 경영권 방어를 공식 선언했다. 

최윤범 회장은 1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더 자세한 계획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윤범 회장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이 개인적으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지만, 업계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우군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은 최근 급히 일본을 방문해 글로벌 기업들의 대표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은 서한에서 "대응 방법을 찾아냈다"고 밝혔는데, 일본 방문을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측은 영풍과 특수관계자로 묶이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 측은 여러 법적 검토를 거쳐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법적 대응에도 착수했다. 이사회 의사록과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영풍 경영진에 대한 대표소송, 영풍 이사들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업무상 배임 등 형사고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감독 당국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를 강구하고 있다.

한편,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함께 시작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지방의회 등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6~17일 울산시와 울산시의회가 "120만 울산 시민이 고려아연 주식 1주씩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50년간 울산과 함께한 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5일 소액주주 단체가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외국에 핵심 기업이 넘어가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울산에 약 50년간 사업 거점 중 하나인 온산제련소를 운영해 왔다. 또 고려아연은 국내 핵심 기간산업의 주축 중 하나다. 전자·전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아연·연·동·은 등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기초 원자재를 공급한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영풍그룹 안에서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주력 사업이 부진한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고려아연은 반대로 장기 투자에 나서며 장씨 집안과 거리를 두려 하자 갈등이 생긴 것이다. 동업자에서 원수지간이 된 셈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