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녹경 = 박준형기자]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M사가 있다. 창업주 K씨는 적대적 M&A 세력 등의 지분 매각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 M&A에 앞서 창업주 포섭에 나선 것. K씨는 무자본 M&A를 의심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M&A 주체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다. M&A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과거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피소됐던 인물들도 있다. 유명 병원장 Y씨도 관여했다.
시세조종은 대주주를 포섭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세력은 작전에 돌입하기 전 대주주와 CEO를 포섭해야 한다. 작전 중 대주주나 경영자의 물량이 쏟아지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협조하지 않은 경우 세력들의 배신이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작전 실패로 이어진다.
멀쩡한 회사라면 대주주를 포섭하기 쉽지 않겠지만, 적자와 부채에 시달리는 한계기업의 대주주라면 이해 관계가 겹칠 수도 있다. M&A 브로커는 이 같은 상장사 대주주에 접근해 M&A를 주선하고, 시세 조종에 동조하길 권유한다.
인수주체가 사채를 끌어와 기업을 인수한 이후엔 해당 기업 주식을 담보로 맡기게 된다. 주가 조작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고 사채를 상환하면 성공적인 무자본 M&A가 완성된다. 이후 부동산이나 설비 등 회사가 보유한 자산까지 빼내면 회사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작전 세력에게 최대 리스크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대주주가 물량을 던지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적대적 M&A 세력들이 M사 창업주 K씨에게 지분 매각을 제안하거나 고소하는 등 회유와 압박을 반복하며 어떻게든 포섭을 시도하는 이유인 셈이다.
적대적 M&A로 M사를 인수하려는 비상장법인 E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다. 또 E사의 실사주는 20여년 전부터 M&A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지난 2006년 디지웨이브테크놀러지(현 판타지오) 인수에 참여했으며, 당시 함께했던 경영진은 횡령·배임 혐의로 피소된바 있다. 또 다른 투자자 병원장 Y씨 역시 이엔쓰리(현 이엔플러스) 등의 투자로 인해 재판을 받은바 있다.
무자본 M&A 세력들은 서로 친밀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둔다.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타상장사에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소송을 이어가면서도 다른 무자본 M&A를 위해 협력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사 손오공은 지난해 ‘에이치투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손오공 지분 매입에 178억원을 사용했는데 이중 168억원을 차입했다. 최대주주 변경이 완료되자 완구회사 손오공은 돌연 리튬 신사업 진출 소식을 홍보하고 나섰다.
손오공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임성진 알엠 부회장이 있다. 그는 손오공 인수에 앞서 아이에스이커머스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 소송을 벌이던 인물이다. 손오공 인수에선 소송과 별개로 아이에스이커머스 경영진과 손을 맞췄다. 손오공에 대한 전환사채(CB) 발행을 약속하며 구원투수로 나선 것. M&A가 완료되자 CB 발행은 최종 철회됐다.
유명 탈모 방지샴푸 기업 T사는 창업주 J씨의 경영권 매각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주가는 급락했고 창업주와 새로운 경영진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간에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 작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송전을 이어가던 이들은 얼마 후 시장에 나온 다른 쉘(Shell)에서도 함께했다. 로봇 테마주로 알려진 감속기 관련기업 H사 M&A에 T사 창업주 J와 M&A세력이 또 뭉쳤다. H사의 주가는 M&A 소식 전부터 급등했지만 M&A는 결국 무산됐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T사의 주가가 오른 이후 M&A 세력 등이 차익을 실현하기도 전에 반대매매가 터지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자금을 대는 ‘쩐주’는 작전이 실패하면 원금 회수를 위해 바로 물량을 던진다”며 “한명의 배신이 작전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