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꽃길' 달리던 우리금융, 매수 우위 포지션 뺏기나?..."손태승 전 회장 부적정 대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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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ABL생명 인수 '꽃길' 달리던 우리금융, 매수 우위 포지션 뺏기나?..."손태승 전 회장 부적정 대출 때문"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8.21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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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추진 중
손태승 전 회장 건으로 기관 제재 가능성
제재 전에 서둘러 M&A 진행할 수 있어
매수 우위 전략 실패했다는 지적 나와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품에 안으려던 우리금융지주가 암초를 만났다. 손태승 전 회장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로 인해 M&A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M&A에 성공한다한들 두 생명보험사를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전 회장 건 때문에 매수자 우위 전략을 구사할 수 없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우량매물로 꼽히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두 생보사의 최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과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이날까지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이달 말께 다자보험이 보유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영권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또한 체결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남은 단계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꽃길을 걷던 우리금융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겼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연루된 부적정 대출 건이 금융감독원 현장검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5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금감원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6월 12일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별건인 손 전 회장 대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임직원들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친인척으로 의심되는 차주 42건에 대해 총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28건에 해당하는 350억원 가량의 대출이 대출심사 및 사후 관리 과정에서 부적정하게 취급됐다. 

문제는 최종 관문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당국에게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의하면,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선 최근 1년 동안 기관 경고를 비롯한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이 존재해선 안 된다. 

또, 금융지주회사법 제57조에는 금융지주가 영향력을 이용해 자회사로 하여금 법을 위반하게 할 경우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금융지주와 자회사에 경고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350억원에 달하는 부적정 대출 중 일부는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실행됐다. 만약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직접적으로 연루됐거나, 부적정 대출 건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 차원에서 제재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M&A 성사를 가로막는 난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금융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M&A에 성공할 순 있으나 자칫 비싼 값에 매물을 모셔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동양생명]
[사진=동양생명]

지금까지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매수 우위 포지션을 선점해왔다. 비록 매물들이 우량하긴 하나 급한 건 우리금융이 아닌 매각 측이라는 논리에서다. 

실제로 지금까지 다자보험 측에서 M&A를 서둘러왔다. 최근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에 대한 파산 절차를 승인했다. 안방보험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된 다자보험은 안방보험 파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후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자보험과 안방그룹홀딩스가 보유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매각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두 생보사의 상반기 실적이 후퇴한 것도 가격 협상에 임하는 우리금융에게 있어 호재로 작용해왔다. 올해 상반기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2002억원과 견줘 12.4%(249억원) 줄었다. ABL생명 또한 같은 기간 473억원에서 425억원으로 10.1%(48억원)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자보험이 매긴 2조원이라는 가격이 다소 무리수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기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 만큼, 우리금융으로선 제재 절차가 착수되기 전에 M&A를 마쳐야 하는 '핸디캡'을 떠안게 됐다. 즉 우리금융 또한 급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당국 차원의 금융 제재는 통상 6개월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이 다소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서라도 M&A를 밀어부칠 공산이 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 전 회장 부적정 대출 건과는 별개로 M&A에 임하고 있다"며 "자세한 진행 과정은 알려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감이 없잖아 있다"며 "M&A에 성공할 순 있지만 우리금융이 내세운 1조원 중반 대보단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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