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 및 가계대출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 내
올해는 "건전성에 집중할 계획"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잔액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 차원에서 가계대출 선제 관리에 나섰다. 이에 지난해 가계대출로 이자이익이 늘어 역대급 성과를 기록한 인터넷은행들이 올해엔 수익창출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힘쓸 전망이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나선다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등 관계 기관과 은행연합회, 주요 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하고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1월 명절 상여금 등 효과로 9000억원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2월 들어 4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가운데 신학기 이사 수요와 연초 영업 재개 등이 겹치면서 2월 가계대출이 다소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당분간은 주택담보대출 신청과 신규 취급 추이 등을 세분화해 면밀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인터넷은행, 가계대출로 수익 늘었는데... 새로운 사업감 찾아야 하나
지난해 인터넷은행(인뱅)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44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4%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고객 수 역시 2488만명으로 집계돼 1년간 204만명의 신규 고객 유입에 성공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순이익 128억원 대비 10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고객 수는 1274만명으로 1년간 321만명의 신규 고객 유입에 성공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433억원 당기순이익을 시현해 전년의 당기순손실 160억원보다 6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첫 연간 흑자다.
인뱅의 이 같은 실적은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의 확장에 기반했다. 지난해 대출금리를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대환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됨에 따라 금리 조건이 더 좋은 인터넷뱅크들이 시중은행의 차주들을 대거 흡수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3년 9월 57조7551억원에서 지난해 9월 69조5098억원으로 1년 새 12조원 가량 늘었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4조953억원에서 34조4783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은 인터넷은행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말 23.5%에서 지난해 말엔 29.3%로 늘었고,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8.3%로, 전체 대출의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다.
토스뱅크는 아직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심으로 가계여신을 구성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정책금융의 사잇돌대출과 신용대출의 신규 실행량 증가로 여신금리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예대금리차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신 잔액은 27조6604억원, 여신 잔액은 14조6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1% 증가했다. 전월세보증금대출 잔액은 1조9572억원으로 전체 여신에서 13%를 차지했다.
토스뱅크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1월 잔액 기준 4.58%포인트(p)에 이른다. 2%대인 다른 인터넷은행들과 5대 시중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신규 기준 가계예대차 역시 2.43%p로 1%대인 타 인뱅이나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이미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대해 본래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적 있다. 지난달 '서민 금융 지원 강화' 방안에 따르면,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는 평잔 기준 30% 이상이었지만, 신규 취급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로 채워야 한다는 기준이 추가됐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선제 관리 모니터링까지 더하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더욱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부실채권(NPL) 잔액은 2040억원으로 전년 말 1680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케이뱅크의 NPL 잔액은 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604억원 대비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의 NPL은 1410억원에서 1154억원으로 256억원 감소했다.
연체율 역시 염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각각 0.52%, 0.9%,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0.88%다. 4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0.29%의 최대 3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이 늘은 건 사실이나 올해는 그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도 충실하게 제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