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감원 "기후변화 무대응 시 은행 BIS비율 최대 7.6%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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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금감원 "기후변화 무대응 시 은행 BIS비율 최대 7.6%p 하락"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3.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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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금감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공개
- 기후위기 무대응 시 금융권 손실 45조원..."손실 규모 지속 확대"
- 금융당국, 저탄소 전환 지원 및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 제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실시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후위기 무대응 시 금융권 손실이 4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 시 손실 규모는 40%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한국은행 공동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탄소감축이 장기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에 이익이 되므로 긴 안목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및 금융권 기후 리스크 관리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완섭 환경부 장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다.

이 원장은 개회사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등으로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 공조가 약화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고탄소 배출 산업이 밀집한 지방에 경제적 영향이 크므로 지자체와 지방소재 금융사의 적극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하향식 테스트를 통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향식 테스트는 표준화된 방법론과 시나리오를 적용해 여러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한국은행은 기후정책 도입 강도와 시기에 따라 4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하향식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험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는 무대응 시 45조7000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지연대응(39조9000억원), 2℃ 대응(27조3000억원), 1.5℃ 대응(26조90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4가지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1.5℃ 대응)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현재 대비 80% 감축(2℃ 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탄소중립 정책 추진(지연대응) ▲기후정책을 전혀 도입하지 않는 상황(무대응)으로 구분된다.

한국은행이 14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향식 테스트에서 주목할 점은 1.5℃ 대응 시나리오에서 손실 규모가 2050년경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전환되는 반면,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손실이 지속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적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적극적 기후 대응이 금융 안정에 유리함을 시사한다.

특히 무대응 시나리오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주요 건전성 지표인 은행 BIS비율은 최대 7.6%p, 보험 지급여력비율(K-ICS)은 최대 26.1%p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이를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며, 향후 기후 리스크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 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이 기업여신 규모 1조원 이상인 은행 17개, 생명보험사 10개, 손해보험사 9개 등 총 36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 결과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25조1000억원,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19조5000억원의 신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무대응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은행권 총자본비율은 각각 3.8%p, 3.1%p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보험권 K-ICS비율은 2.9%p, 1.8%p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신용 손실의 70% 이상이 철강 등 고탄소 배출 제조업 및 도소매업 등 자연재해 손실 민감 업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산업 구조가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영사에서 "기후 리스크가 폭염·극한 호우로 인한 물적 피해와 탄소 감축 과정에서의 기업생산비 증가 및 자산가치 하락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Risk manager)'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전환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Risk taker)'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일본금융청과 홍콩통화감독청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사례도 함께 공유됐다. 두 기관은 모두 녹색금융협의체(NGFS) 시나리오를 활용했으며, 2℃ 이하 시나리오가 지연 전환이나 무정책보다 장기적으로 더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결론을 제시해 국내 테스트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나타냈다.

한편,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보험사(총 62개사)를 대상으로 기후 리스크 관리 현황을 설문한 결과, 대형 금융기관(21개사, 34%)을 중심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리스크 평가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의 기관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론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 실질적인 기후 리스크 감축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감원은 향후 기후 리스크 감독 방향으로 ▲저탄소 전환 자금의 원활한 공급 지원 ▲지자체·지방소재 금융사와 협력 강화 ▲전사적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특히 탄소 저감효과가 입증됐으나 현재 녹색 기준을 일부 충족하는 투자를 활성화하고, 녹색여신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축사에서 "기후위기에도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 및 금융권, 한국은행과 지속적으로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기후위험 영향 분석모델'을 확대 개발·제공하고, '기후위기 적응정보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금융권이 보다 거시적·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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