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때는 시간 당 160원…이중 잣대 논란
내구성 문제?…”플라스틱 조각으로 400kg 지탱”
삼성전자의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 삼성전자로지텍이 지난 8월 31일 ‘냉장고 높이조절장치(이하 리프트)’ 개발을 이유로 설치 단가를 14% 가량 하향 조정한 가운데 과거에 업무량 증가에 대해서는 고작 80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중 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삼성전자로지텍은 공문을 보내 리프트가 신규 적용됐음을 이유로 설치 단가를 약 5000원 깎았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인기 제품인 BESPOKE 냉장고 4도어 875 L (RF85C90D1AP) 제품의 기존 설치 단가는 3만 7396원이었다.
여기에서 5000원을 삭감해 약 3만 2000원을 지불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로지텍의 입장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로지텍은 해당 냉장고 설치에 있어 14%에 가까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공문에 따르면 ‘설치 시간 5.1분 감소’가 설치 단가를 낮춘 이유다.
삼성전자 설치 기사로 15년을 일한 A씨는 본지에 “냉장고 무게는 적게 잡아도 150kg이 넘기에 2인 1조로 작업한다. 두 명이 힘들여 냉장고 하나를 배송하면 3만 2000원을 나눠 가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로지텍은 약 5년 전 ‘제품 설치 완료 시 사진 촬영’을 설치 기사의 업무에 추가하면서 고작 80원의 값을 매긴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촬영에 30분이 걸린다 치면 시간 당 160원이다. 하지만 이번 공문에서 밝힌 것처럼 비용 절감을 위해 시간 계산을 할 때에는 5분에 5000원, 한 시간에 6만원으로 잡은 것이다.
비용을 지출해야 할 때에는 저렴하게 계산하고 이득이 될 때는 비싸게 계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 촬영은 기준이 까다로워 한 건 당 소요 시간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 설치 기사들의 증언이다.
A씨는 “사진 촬영과 같은 잡무가 생기기 전에는 냉장고 설치 한 건이 40분이면 끝났다. 잡무 때문에 작업 시간이 1시간 30분까지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본지가 입수한 제품별 촬영 기준 문서에 따르면 촬영 요구 사항은 까다로왔다.
건조기의 경우 여섯 장의 사진 촬영이 필수다.
설치 장소 진입로를 이동할 때 바닥매트와 보호구를 사용하는 장면을 한 장에 나오도록 촬영해야 한다.
전원 연결 부위도 “멀티탭 후면 문구 확인되도록 접사로 촬영”해야 한다. 배수구가 굴곡이 없는지 “배수부와 배수호스 연결 부위가 보이도록 촬영하고, 실내 설치인 경우 물통 사진도 촬영하라”고 적혀 있다.
한편, 삼성전자로지텍이 새롭게 개발했다고 밝힌 리프트가 비효율적이라 활용도가 0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년째 삼성전자 가전 설치 기사로 일하는 B씨는 리프트를 가리켜 “설치 기사가 100명이면 100명이 안 쓰는 제품”이라며 “뒷편에 받침대를 놓고 냉장고를 밀어 넣는 기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리프트 내구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B씨는 “이번에 개발했다는 리프트는 냉장고를 버릴 때까지 냉장고 아래에서 무게를 지탱해야 한다. 그런데 이 리프트의 소재가 플라스틱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 기계 자체의 무게가 기본이 150kg이고 가장 무거운 제품은 290kg도 된다. 음식이 가득 채워지면 400kg까지 무게가 증가한다. 플라스틱 조각 두 개가 이 무게를 버티겠느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지텍이 해당 리프트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어 더욱 논란은 가중된다.
설치 기사로 하여금 현장에서 리프트 불량 여부를 매번 확인한 뒤 불량 제품은 본사로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
B씨는 “약 두 달 전에도 삼성전자로지텍이 공문을 보내 리프트를 개발했다고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리프트를 사용하지 말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다시 개선했다며 내놓았지만 문제는 기존의 문제 있다는 리프트와 새로 만들어진 리프트가 섞여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신규 리프트는 초록색 스티커가 붙어 나온다. 하지만 초록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할지라도 설치 기사가 현장에서 해당 리프트를 조절해 보고, 작동이 잘 안 되면 다시 빼서 삼성전자로지텍으로 재입고 시키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