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과의 원화입출금 계좌 제휴 효과 '톡톡'... 신규 계좌 개설 건수 급증
타 은행과 달리 제휴 중심으로 저원가성 예금 확보... 삼성금융·스타벅스 등과도 협업
![[사진=KB국민은행]](/news/photo/202503/324277_368478_5521.jpg)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최근 한 달 새 1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기업과의 '제휴'가 중심이 되는 국민은행만의 차별화된 저원가성 예금 확보 전략이 빛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2조2596억원 줄어든 625조14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시작된 감소세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만 해도 631조2335억원에 달했으나 두 달 동안에만 6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예금으로, 유동성이 높아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0.1% 수준으로 매우 낮아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핵심' 저원가성 예금으로도 불린다. 수시입출금 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등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 상품이다.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감소는 기준금리 인하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금리가 2%대로 낮아지면서 그간의 '관망세'가 끝나고 증시와 가상자산, 금 등의 투자처로 본격적인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국민은행만이 요구불예금 감소 흐름을 비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52조503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15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 잔액을 불린 곳은 5대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이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이처럼 증가한 배경에는 업계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과의 '동행'이 자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양사의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제휴로 오는 24일부터 빗썸 전체 이용자의 원화입출금 계좌가 기존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모두 변경됨에 따라 빗썸을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이들의 자금이 국민은행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저원가성 예금 확보 측면에서 '빗썸 효과'를 얻고 있다는 점은 계좌 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빗썸에서 사용할 원화입출금 계좌를 사전등록 하는 서비스가 시작되자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 수가 급증한 것이다.
해당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인 1월 1일~10일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신규 계좌 수는 영업일 평균 5500좌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비스가 전개된 1월 20일~31일 영업일 평균 신규 계좌 수는 2만1100여 좌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증가세는 계속됐다. 매주 5만5000좌 이상의 신규 요구불예금 계좌가 개설됐는데, 특히 지난달 24일~28일에는 무려 7만4000좌 가량의 계좌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저원가성 예금 확대를 위해 모임통장과 월급통장 등 '자체' 상품을 출시한 반면, 국민은행은 고객층이 탄탄한 빗썸과 손을 잡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일종의 전략적 차별성이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성장으로 이끌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앞으로도 은행권의 저원가성 예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이 각 업계에서 확실한 고객 기반을 보유한 기업과의 추가적인 제휴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삼성금융네트웍스와 협업해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을 새롭게 선보이는 동시에, 스타벅스와 함께 '스타벅스 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이고 삼성금융 역시 전체 고객이 2300만명에 이른다"며 "삼성금융과 스타벅스 고객을 일정 부분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국민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적잖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행이 지금처럼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서 성과를 낸다면 수익성 관리 부문에서 다른 은행을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이 같은 전망은 현재까지는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 등 '제휴의 결과물'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금융 등에 따르면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 출시에 앞서 실시한 계좌개설 사전 예약 이벤트에는 이틀 만에 20만명이 몰렸다. 1초에 1명꼴로 사전 예약에 참여한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을 원활하게 늘리려면 제휴를 통해 이전까지 은행권에서 보지 못했던 참신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모임통장 등을 출시해도 비슷한 상품이 워낙 많은 터라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금융·스타벅스 제휴의 경우) 상품이 출시되지 않은 만큼, 성과를 예상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저원가성 예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