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삼성, 중소형 운영사에도 순위 밀려
KB, ETF 이어 TDF 경쟁서도 한투에 밀려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내 주요 운용사의 입지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유입된 자금 흐름과 성과 측면에서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7위권 수준의 자금 유입과 낮은 수익률로 중소형 운용사에도 밀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준 이후 TDF 시장에서도 3위 타이틀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올해 성과만 보면 한투운용이 KB운용을 제치고 설정액 2위 자리를 꿰찼고, 순자산은 1000억원 넘게 KB에 앞선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 TDF 성장 둔화...중소 운용사에도 밀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올해 TDF 설정액 증가분은 426억원, 순자산 증감액은 267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2600억원, 1949억원), KB자산운용(1323억원, 1481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2044억원, 2551억원) 등 주요 운용사은 물론 NH아문디자산운용(512억원, 624억원), KCGI자산운용(482억원, 559억원) 등 중소 운용사보다도 낮은 수치다. 순위로만 놓고 보면 7위권이다.
전체 순자산과 설정액에서 업계 2위 수준인 삼성자산운용이 올해 TDF 시장에선 중소형 운용사보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성장 둔화 원인으로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꼽힌다. 최근 강달러 현상에 환노출 상품(환율 변화에 자산을 노출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투자자 선호도가 증가했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은 환헤지(환율 변동성을 제거한 상품) 비중이 높은 상품을 주로 운용해 왔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노출형 상품의 인기가 높아져 수탁고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삼성자산운용은 환율 변동성이 고려된 보수적인 환헤지 전략을 유지했지만, 이로 인해 최근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환노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Fund of Funds형 EMP형, ETF형 등 다양한 유형의 TDF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ETF형 TDF들의 경우 중단기 수익률에서 모두 최상위 성과를 기록하며 올해에만 550억원이 넘는 수탁액 증가를 나타내면서 TDF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 보수적 투자 전략에 집중...한투에 'TDF 3위' 자리 위협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약진으로 인해 최근 TDF 시장 3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TDF 설정액 증감분 1323억원, 순자산 증감액 1481억원을 기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풍부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KB 온국민 TDF 시리즈' 상품 비중이 크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높은 빈티지 상품 보유와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 전략으로 올해 TDF 설정액 2044억원, 순자산 255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TDF 상품들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국내 TDF 수탁고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치고 순자산 증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이 다소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동안 보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내세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양사 간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13일 기준 TDF 총 설정액은 KB자산운용 1조7067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1조5764억원으로 1303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TDF 총 순자산 기준으로도 KB자산운용(2조2304억원)과 한국투자신탁운용(2조2171억원)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B자산운용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단기 수익률 추구를 위해 시장변화에 대한 소위 '몰빵투자'를 지양하고, TDF가 최초 설계될 당시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배분전략 하에 장기적인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