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건설, 발행가 밑도는 주가…유증 흥행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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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건설, 발행가 밑도는 주가…유증 흥행 '적신호'
  •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03.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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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면가 보다 떨어진 주가…청약 참여 유인 '제로'
현금성자산 45억…청약 부진 시 유동성 우려 확대
1년 내 갚아야할 차입금 739억…PF 우발부채 1880억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상지건설(전 상지카일룸)이 발행주식 100%를 넘어서는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유증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주가가 액면가액을 밑돌면서 주주들의 청약 참여 유인 동기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전 중앙디앤엠)는 이번 유증에 100% 참여를 예고했으나 최대주주의 청약자금 대부분은 계열사 채무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장점 없는 유증…청약보다 장내매수가 이득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 11일 200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방식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액을 5000원으로 확정했다.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400만주로 상지건설 발행주식총수(약 398만주)를 넘어선다. 상지건설은 내달 10일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14~15일 구주주 대상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상지건설의 이번 유증 청약 결과가 부진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지건설의 주가가 발행가액을 밑돌고 있어 주주들의 유증 참여 ‘메리트’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상지건설의 이날 종가는 3860원으로 유증 발행가액(5000원)이 주가보다 35.87% 높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유증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기보단 장내에 상지건설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게 더 이득인 셈이다.

상지건설은 구주주 청약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한다는 방침이지만, 현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신주를 인수해야하는 만큼 일반투자자들 역시 메리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지건설이 유증 발행가액을 주가보다 높게 설정한 것은 액면가 때문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신주 발행가격은 액면가 미만으로 설정할 수 없다. 주가에 따른 발행가액이 액면가보다 낮을 경우에는 액면가액을 발행가액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지건설의 예정 발행가액 산정 당시(3월6~10일) 기준주가는 3974원이다. 상지건설은 이번 유증 발행가액 산정에서 기준주가 대비 30%의 할인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기준주가가 액면가액보다 낮아 예정 발행가액은 액면가액인 5000원으로 결정됐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참석주주 3분의 2, 총 주주 3분의 1 이상)를 통해 발행가액을 액면가액보다 낮출 수 있지만, 소액 주주들의 반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18.64%)을 감안하면 결의를 얻는 것도 쉽지는 않다.

텅빈 회사 곳간…단기차입금 739억에 PF 우발부채 1880억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상지건설이 유증에 나선 것은 당장의 유동성 우려 때문이다. 상지건설은 지난해 건설 및 부동산 업황 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99억원으로 전년 동기(1320억원) 대비 84.86%급감했으며, 28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영업손실 1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의 유동성도 악화하고 있다. 상지건설이 1년 안에 갚아야하는 739억원에 달하지만,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45억원에 불과하다. 1544억원의 유동자산 역시 86.73%(1339억원)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으로 이뤄져있어 당장 현금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채무인수와 연대보증 등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부채(1880억원)까지 고려할 경우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는 유증 흥행을 위해 배정된 수량의 100% 청약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최대주주의 청약 자금이 회사의 유동성 개선으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첨단소재의 청약 자금 전액(약 35억원)이 계열사 채무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상지건설은 이달 중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로부터 차입한 30억원(이자율 8.5%)을 상환할 계획이다. 상지카일룸이 상환한 자금을 그대로 유증에 투입하는 셈이다.

상지건설이 유증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자금 사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상지건설은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200억원 중 80억원은 계열사인 카일룸디앤디에 빌린 차입금(85억원)을 상환하는데 우선 사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12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예정됐다.

다만 청약 흥행 여부에 따라 계열사 자금상환도 힘들 수 있다. 상지건설은 이번 유증에서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구주주 및 일반 청약 후 발생하는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되며 그만큼 조달 자금도 줄어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증 발행가액이 주가보다 낮은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현 주가 수준이 유지될 경우 목표한 자금을 조달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유증 후 자금 계획 등에 대한 <녹색경제신문>의 질의에 상지건설 관계자는 “청약이 끝나기 전까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청약이 완료된 이후에나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자세한 사항은 증권신고서를 참고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상지건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청약 결과에 따라 계획 중인 자금 계획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사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자금조달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에 다시 의존해야 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사진=상지건설 홈페이지 캡처]
[사진=상지건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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